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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한미 동맹은 전례 없는 전략적 변곡점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직접 핵잠 연료 공급을 요청한 지 하루 만의 전격 결정이었다.
핵잠 보유국은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 등 단 6개국뿐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사실상 일곱 번째 핵잠 보유국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 원자력 협정 체결 70년 만에 ‘평화적 이용’에 머물던 협력 범위가 군사 영역으로 확장된 셈이다.
핵잠은 디젤잠수함과 달리 핵연료를 사용해 수년간 잠항이 가능한 전략무기다. 디젤잠이 매일 수면 위로 올라가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반면, 핵잠은 식량과 인원이 허락하는 한 거의 무제한 작전이 가능하다. 탐지 확률이 낮고 속도도 두세 배 빠르다.
이재명 정부가 요청한 것은 핵무기 탑재용이 아닌 ‘원자력 추진 공격잠수함(SSN)’이다. 핵탄두를 운용하지 않기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지 않으며, 미국도 이를 전제로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한국은 구식 디젤잠 대신 핵잠을 건조할 것”이라며 “한국의 핵잠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단순한 군사협력 선언이 아니라, 한미 간 원자력·조선산업 동맹 구조의 재편을 상징한다.
‘핵잠 승인’, 한미 원전동맹의 새로운 경계선
‘필리조선소 건조’ 조건의 속뜻, 미국 되치기
문제는 트럼프의 조건이다. ‘한국형 핵잠’을 미국 내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하라는 것이다. 이곳은 한화오션이 인수했지만, 아직 핵잠을 건조할 인프라가 부족하다. 조선소 바닥 공법이 5000톤급 함정을 지탱할 수준이 아니며, 도크(건조용 선대)도 2개뿐이다. 한화 측은 “추가 1~1.5년의 공사를 통해 가능하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핵잠급 시설을 구축하려면 3~5년은 걸릴 것”이라고 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를 두고 이날 CBS 인터뷰에서 “한국의 숙원을 역으로 이용한 트럼프의 ‘되치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원한 것은 국내 건조와 20% 수준의 농축 우라늄 사용 승인인데, 트럼프는 ‘좋다, 대신 미국에서 만들어라’는 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선 인프라를 되살리는 동시에 한국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필리조선소는 미국의 쇠락한 군수 산업 회복을 위한 정치적 상징이기도 하다. 그는 발표문에서 “미국 조선업은 곧 대대적 부활을 맞을 것”이라며 ‘MA(N)UGA(Make American Nuclear Great Again)’을 선언했다. 미국 내 일자리와 산업 기반을 재건하는 데 한국의 기술력과 투자를 끌어들이겠다는 복합적 의도다.
다만 한국의 조선·원전 기술력은 이미 핵잠 건조에 필요한 수준에 근접해 있다. 장보고-Ⅲ Batch-Ⅱ(장영실함) 개발 과정에서부터 원자력 추진을 염두에 둔 설계가 이뤄졌고, 소형 원자로 기술 역시 해양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는 게 군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핵잠이 건조되면 5000톤 이상이 될 것이며, 평화적 사용 기준으로 우라늄 농축 20% 이하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결정이 난다 해도 실전 배치까지는 10년이 걸릴 것”이라며, ‘장보고-Ⅲ Batch-Ⅲ’급 핵잠의 확보 시점을 2030년대 중반 이후로 내다봤다.
결국 한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남은 관건은 핵연료 공급 승인과 원자력협정 개정이다. 1970년대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어, 이번 합의가 실제로 실행되려면 조항 개정이 필수다.
이번 승인은 한미동맹의 ‘원자력 군사화’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70년간 미국은 핵잠 기술을 오직 영국(1958)과 호주(2021, AUKUS)에만 공유했다. 한국은 동맹의 제3축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가 동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한반도 해역의 자주적 방위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성취가 순탄하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핵잠 건조를 국내 대신 미국에서 추진하게 될 경우, 우리 기술 주도권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구나 원자로 설계와 핵연료 체계가 미국의 기술·승인에 종속되면, 한미동맹의 ‘비대칭 의존’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핵잠 보유는 단순히 국방력 강화 이상의 파장을 예고한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한미 양국은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한국의 핵잠 추진이 곧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로 읽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체계를 실전 배치하며 ‘핵잠 추격전’에 나서 있다. 연초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선의 전략핵잠수함 건조를 완성했다”고 선언했고, 이에 대응해 한국이 핵잠 확보를 공언하면서 동북아 해역의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또한 반응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최근 취임 직후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핵잠 프로젝트가 사실상 ‘동북아 핵잠 레이스’의 신호탄이 된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실상 핵무장에 들어갔다고 간주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북한 비핵화 요구의 명분이 약화되고, 한반도 핵갈등의 법적·도덕적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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