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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을 끝으로 한·미 관세협상 타결·핵추진잠수함 승인,한·중 관계 복원이라는 3대 외교성과를 손에 쥐며 취임 이후 최대 외교 시험대를 통과했다. 국회 비준 논란,진보진영의 대미투자 비판,미·중 전략경쟁 속 한국의 외교적 줄타기 등 새로운 난제들이 다시 대통령의 앞에 놓였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난항을 겪던 관세협상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연간 최대 200억 달러 분할 투자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라는 조건을 통해 한국은 장기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안미경미중(安美經美中)’ 실용외교의 구도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이 정부의 ‘실용외교 1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는 분명하지만 앞으로 2막은 훨씬 복잡하다. 주로 꼽히는 것은 △ 관세협상 세부조항(MOU·팩트시트) 조율과 비준·입법 절차를 둘러싼 국내정치 리스크 관리 △핵잠수함 추진 승인 이후 중국의 비확산 압박과 미·중 갈등 격화 시 외교적 균형 유지 △진보진영의 경제주권 논쟁과 야당의 재정 책임론을 넘는 국민 설득 등이다.
이 대통령이 경주 APEC을 통해 보여준 ‘실용외교’의 리더십이 향후 국회 비준·특별법·안보 회의(SCM)로 이어질 정치·외교의 트리플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그의 임기 중반 이후 외교성과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히며 한·미 간 안보 협력의 새로운 장도 열렸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핵잠 추진권’ 논의의 실질적 승인으로 한국의 자주국방과 한미동맹 현대화가 맞물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곧바로 이 대통령은 “방위비를 늘리고 한미동맹을 미래형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며 국방비 증액과 원자력추진잠수함 개발 의지를 공개 천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조선소 등에서 협력 중이며 한국은 조선업의 대가”라며 조선·방산 분야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APEC 기간 동안 열린 한·중,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실용외교의 틀을 확장했다. 중국과는 70조 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를 연장하고, 서비스 무역·실버산업·혁신창업 협력을 강화하는 7건의 MOU를 체결했다. 시진핑 주석과 회담에서 “한·중 관계를 전면 복원했다”고 밝힌 발언은, 미·중 경쟁의 와중에서도 경제 협력의 현실적 균형을 택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는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하며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마찰을 최소화했다.
‘경주선언’과 AI·투자 외교 성과
국회 비준 논란 ‘새 외교전선’
진보진영 “경제주권 헌납 우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본무대에서 ‘경주선언’을 도출하며 AI(인공지능) 공동선언(경주 AI 이니셔티브)와 인구구조 대응 프레임워크 채택을 이끌어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의 면담을 통해 GPU 26만 개 확보, AWS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총 90억 달러(13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 성과도 거뒀다. AI 인프라 확충·반도체·디지털 전환 중심의 경제외교 성과는 ‘실용외교의 경제 버전’으로 평가된다.
성과의 화려함 뒤에는 치열한 국내정치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국민의힘은 “합의문·공동성명조차 없는 백지외교”라며 관세협상의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이재명 정부가 거짓말이 드러날까 협상 내용을 숨기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보다 합의문 공개가 먼저”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 역시 “3500억 달러 대미투자는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중대한 재정 부담”이라며 “헌법 60조에 따라 국회의 비준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중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국회 비준을 검토해야 한다”고 공식 보고서를 통해 이날 밝혔다.
이 정부는 국회 비준과 함께 대미투자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 산하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기금을 신설하고,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진보당과 정의당, 참여연대 등 진보 진영은 국회 비준 논의가 본격화되자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약탈적 요구가 관철된 협상”이라며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미국 투자비용이 결국 국내 투자 위축과 산업생태계 붕괴로 돌아올 것”이라며 “국회가 한·미 통상협상의 전 과정을 공개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대미 투자로 국내 산업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가 협상 세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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