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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의 대웅제약 고충민원 ‘셀프 접수’ 의혹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웅제약-메디톡스 분쟁’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종결한 대웅제약의 민원을 유철환 권익위원장 부임 이후 권익위가 스스로 다시 접수시켰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일부 사실을 인정한 반면, 대웅제약 측은 ‘우리와 관련 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이 사실관계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여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신장식 의원(조국혁신당)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의 보툴리눔 균주 도용 관련 민형사 분쟁에서 1심 패소해 400억 원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후 2023년 9월20일 권익위 산업농림환경민원과에 고충민원을 접수했지만, 한 달 뒤인 10월31일 산업부로 이송돼 종결 처리됐다.
하지만 2024년 1월11일 유 위원장이 부임하고, 1월25일에 같은 건이 긴급고충조사과에 다시 접수된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이는 대웅제약이 접수한 게 아니다. 산업농림환경민원과에서 산업부로 이송 보낸 민원 신청서의 스캔본으로 두 번째 접수가 이뤄진다”며 “권익위 스스로 이미 종결한 민원 서류를 다시 접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의 민원 내용은 산업부가 보툴리눔 독소 균주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있는데이를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 건은 현재 국내외에서 민·형사상 재판이 진행 중이며 산업부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등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다.
대웅제약 민원에 대한 권익위의 처리 경위를 보면 이 같은 ‘셀프 접수’ 의혹은 더 짙어지는 양상이다.
대웅제약 민원은 이미 종결된 사안인 만큼 ‘각하’ 처리가 될 수밖에 없지만 처리는 이뤄지지 않았고 담당자만 교체됐다. 재접수 이후 담당 과장은 3번째, 담당조사관은 4번째 교체됐다. 담당조사관이 19일 만에 교체된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사건은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위원장 지시–국장 하달– 실무자 접수로 이어진 불법적 민원 개입이자, 대웅제약과의 유착 의혹이 짙은 사안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신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월22일, 국민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기업고충과 A과장을 사무실로 불러 “대웅제약 보톡스 관련한 위원장 관심민원이 곧 접수될 예정이니 취지에 맞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3일 뒤인 1월25일, A과장이 부재중이던 책상 위에는 대웅제약 민원서류가 놓여 있었고 이를 위원장 관심민원으로 인지한 A과장은 조사관에게 직접 지시해 1층 민원실에 공식 재접수하도록 했다.
신 의원은 “이후 같은 해 2월15일 권익위 조사관과 사무관이 배석한 자리에서 대웅제약 법률대리인 B변호사는 ‘헌법재판소까지 고려했지만 산업부는 장기적인 고객이어서 적대적인 관계가 될 수 없어 우회적으로 권익위를 통해 민원을 신청했다. 권익위 결과는 메디톡스 항소심에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명백한 이해관계 노출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1항 제7호의 각하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신 의원의 설명이다.
신 의원은 “하지만 권익위 내부에서는 ‘각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2024년 5월 당시 김태규 고충처리 부위원장은 조사를 서두르지 말고 더 검토하라고 인용방침을 유도했고, 2024년 6월 A과장은 3차례 각하 의견을 고충처리국장에게 전달하고 위법성을 언급했지만 오히려 고충처리국장은 대웅제약에 유리한 결정을 내도록 ‘소위원회에 올려 시정권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시정권고는 행정기관의 처분 등이 위법·부당하다고 인정될 때 해당 기관에 적절한 시정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행정적 조치다.
신 의원은 “2024년 7월, A과장은 위원장에게 사안을 보고하며 민원처리의 어려움을 설명했으나, 유철환 위원장은 ‘핵심기술 해지는 우리가 자문받아 의견 낼 수 있다’며 전문가 자문을 받아볼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11월에도 위원장은 “고충민원 취지대로 다시 조사하라”고 재조사를 지시하며 “율촌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이 사안을 잘 알고 있다. 산업부에 기술해지 요청으로 고충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원은 또 “이후 A과장은 8월에 타 부서로 전보됐고, 그 이후로 과장 3명, 조사관 4명, 전문위원 1명이 교체됐다. 실무자들은 ‘위원장과 국장의 위계적 지시로 조사 방향이 일방적으로 정해졌다’며 심리적 압박을 호소했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민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자, 유 위원장은 권익개선정책국 ‘민생현안 제도개선 전담팀’을 통해 같은 사안을 ‘제도개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권익위가 제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과제의 명칭은 ‘보툴리눔 산업·연구의 중첩 규제 장벽 개선’이며 추진 일정표에는 ‘위원장 지시’라고 명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신 의원은 “민원 처리가 어려워지자 동일 사안을 제도개선 형식으로 병행 추진해 대웅제약의 요구사항을 제도개선으로 해결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시된 기관증인 심문에서, 고충처리국장은 ‘유철환 위원장이 이미 산업부 이송으로 종결된 대웅제약 민원을 고충처리 방향으로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이 있냐’라는 신 의원의 질문에 “지시하신 바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대웅제약 관련 민원이 곧 접수될 예정이라며, 위원장 관심민원이니 면밀히 살펴보라라는 말을 기업고충민원 과장에게 말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 “말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어 유 위원장에게 ‘대웅제약 고충민원이 권익위에 공식 접수 전 고충처리국장에게 해당 사안을 언급하거나 사전 지시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한 적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또한 ‘실무자들이 ‘각하 의견’을 보고했음에도 재검토를 지시했느냐‘는 질의에도 “검토 지시도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법률대리인 율촌에 아는 사람이 있다며 산업부의 실체를 건드려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신 의원은 “권익위가 기업 민원을 빌미로 한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면, 이는 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위원장 지시로 조직이 움직였다면 이는 단순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비리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어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에게 “권익위가 현재 자체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국조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직접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공익감사 처리규정 제3조의2(국무총리의 감사청구)에 따라,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위법 또는 부당하여 공익을 해치는 경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며 “조사 결과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국무조정실이 감사원 감사요청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웅제약 측은 권익위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3일 “민원이 필요하다면 저희가 직접 민원을 넣으면 된다. (권익위의 셀프접수 논란과 우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권익위의 대웅제약 민원 셀프 접수 의혹에 대한 조사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신장식 의원이 조사를 촉구한 사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권익위 관계자는 “현재 자체 감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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