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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36% 안팎으로,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높은 수준에 속한다. 이는 한국 경제가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대외 경제 환경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주요 수출 상대국 비중(2023년 가준)은 중국(19.7%)과 미국(18.3%)이 가장 크다.
이런 현실에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인 1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 가진 한·중 정상회담은 의미가 크다. 한·중 정상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추진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 해결과 평화·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화답하며 한·중 70조 원 통화스와프 5년 연장,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의 가속화 등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양국 국민이 겪는 초국경 온라인 스캠(사기) 범죄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수사 공조 양해각서(MOU)도 체결해 긍정 평가된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사실상 인공섬인 불법 구조물을 건설하며 이른바 ‘서해공정’을 벌이고 있지만,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이에 대한 원론적인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중 간 해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업 활동만 허용되는 PMZ 내 인공 구조물 설치는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
중국이 서해 PMZ에 이미 알려진 대형 이동식 구조물 2기 외에 석유시추선 모양의 고정 구조물 1기까지 설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PMZ는 한·중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해역을 의미한다.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이곳에선 두 나라가 수산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이 세운 고정 구조물은 강철 재질로 가로 100m, 세로 80m 크기에 헬기 이착륙장까지 갖추고 있다니 그 의도가 뭔지 의심스럽다.
중국은 해당 시설을 ‘연어 양식장’이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헬기 착륙장과 관리시설을 갖춘 복합 구조물로 변모했으며 인력이 상주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단순 어업 목적이 아니라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남중국해 인공섬 사례처럼 ‘민간 시설’을 내세운 회색지대 전략 일환으로 봐야 할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구조물에 대한 한국의 공동 조사와 검증 요청에도 조사선을 차단하고 대치 상황을 유발하는 등 협력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해공정의 본질이 ‘내해화’ 시도임을 고려할 때, 불법 구조물이 단기간 기정사실화 할 위험도 거론된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2~3년 만에 대규모 인공섬을 전략 거점화한 전례가 있는 만큼, 서해에서도 유사한 패턴 반복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실정을 감안할 때 중국의 시대에 역행하는 패권주의적 발상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해양 강국’ 건설을 선포한 이후 남중국해를 비롯해 서해 등지에서 군사 훈련 횟수를 늘리고, 탐지 장비가 탑재된 소형 해상 물체를 다량 설치하고 있는 게 뒷받침하고 있다. 2021년에는 해역 침범 외국 선박에 무기 사용 권한을 법제화한 ‘해경법’을 발효하기도 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초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중국은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물 설치를 즉각 중단하고 한국 정부의 조사에 협조하기를 촉구한다. 그것이 한·중 우호 협력을 증진하고, 국제 질서와 국력에 걸맞는 나라의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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