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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 보면 서울시, 경찰청, 검찰청, 심지어 국회의원 발의안까지 등장한다. 본 기자와 같은 말단도 국회의원과 관련된 기사를 쓴다. 기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정보를 구해오는 걸까. 처음엔 기자가 이런 내용을 전부 직접 취재해 알아내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많은 기사의 ‘원산지’를 들여다보면, 그 이면엔 이미 완성된 자료가 있다.
기자는 본래 취재하고, 분석하고, 의문을 던지는 직업이다. 그러면서도 기사를 빠르게 배달해야 한다. 고로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을 들인 좋은 기사도 내고 싶지만 그만큼 일반적인 소식도 많이 날라야 한다. 새로운 소식이 나오면 무얼 하던 중이든 일단 써야 한다. 음식점 사장이 신메뉴를 개발하다가 손님이 몰리자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라도 사와 끓이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 컵라면이 바로 보도자료다. 기관과 기업이 ‘이렇게 써 주세요’라며 내놓은 반조리 식품이다. 기자는 그걸 받아 끓는 물을 붓는다. 딱 3분만에 써지는 간편한 인스턴트 기사다.
보도자료는 정부나 기관, 기업이 작성한 배포용 문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말했다” 등 보도자료에 기반한 기사에는 십중팔구 이런 문장이 붙는다. 그 기관들이 보도자료를 제공했다는 ‘원산지 표시’가 된 셈이다. 각 기관의 홈페이지에는 ‘보도자료’ 메뉴가 따로 있고, 기자들은 그 원문을 바탕으로 기사를 쓴다.
부문을 막론하고 자주 보이는 문장, “○○○국회의원이 △△△에서 받은 자료”도 다르지 않다. 의원실은 무언가 문제점을 잡기 위해 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고, 문제점이 발견됐다 싶으면 이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기자들에게 배포한다. 국회에서 좋은 보도자료가 나왔을 때 기자들은 전화를 걸어 의원실에 원본 자료를 요청하고, 원본 자료를 받아 기사를 쓴다.
기업 보도자료는 기사의 또 다른 원천이다. "기업이 이렇게 좋은 일을 했다" "신제품이 출시됐다"는 식의 홍보성 기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부분 회사 홍보팀이 작성한 내용을 기반으로 기자가 기사를 작성한다.
기자의 분야별로 자료의 경로가 또 다르다. 금융권을 담당하는 기자들은 전자공시시스템(DART)은 물론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금융감독원 포털 등을 상시 확인한다. 산업 동향은 신용평가원이나 연구기관 보고서에서 찾는다.
국회의원 자료를 제외하면, 위 자료들은 일반 독자들도 쉽게 열람 가능하다. 기자들은 자신만의 소식통을 만들거나 직접 취재하며 이외 여러 방법을 통해 정보를 얻지만, 대부분의 기사에선 일반인들도 기사의 원본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무얼 찾든지 정확한 경로만 알 수 있으면 어떤 정보도 구할 수 있을 만큼 정보는 널려 있다.
이제는 자료를 추가 탐색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원문을 찾아 원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자료의 일부분만 기사화되고 모든 내용이 기사에 담기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개인은 이제 기사의 내용을 직접 찾아보고 검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기사는 자료 원문을 이해하고 접근하기 쉽게 돕는 발판이 될 뿐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정보를 얻기 쉬워진 시대에 기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수없이 쏟아지는 자료 속에서 무엇을 종합하고, 어떻게 분석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길고 장황한 보도자료를 쉽게 풀어내는 것도, 그 과정에서 중립성을 해치는 것도 걱정이다. 이 사람들이 내게 뭘 숨기고 있을까도 고민이다. 보도자료나 기사를 언제 대충 흘려보내고, 언제는 끝까지 물고늘어져야 할까. 취재와 분석을 어떻게 병행할지도 난감하다.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그만큼 기자의 임무는 더 어렵고 섬세해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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