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서 의료기기 납품 대금을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지급하지 않아 의료기기 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자에게는 선결제를 요구하면서도 납품 업체 대금 지급을 미루는 건 관행이며 불공정거래라고 비판하고 있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병원과 간납업체(의료기기 간접납품업체)의 거래 관행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사 출신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제한 및 결재기한 명시를 골자로 하는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8월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에 회부된 상태다.
해당 논란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적 결론을 내지 못한 의료기기 간납업체 불공정거래 행위 문제가 재차 부상한 것이다.
당시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6개월 이내 대금결제 기한을 명시하면서 표준계약서를 의무화하고 정기적인 유통실태 조사가 언급됐다.
앞선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은 “의료기관 구매를 대행하는 간납업체 독점 구조와 불공정 거래 관행이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유통 구조의 우월 지위를 이용한 관행이 기업 혁신 의지를 꺾고 의료서비스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입법 의지를 피력했다.
배성윤 인제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간납업체는 본래 순기능인 구매 효율화보다는 유통 과정의 관문 역할을 악용해 편취하는 통행세 징수기관으로 변질됐다는 게 전반적인 업계 평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배 교수는 간납업체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주요 문제로 △과도한 수수료 및 할인 요구 △대금 결제 지연 △가납 강요 △계약서 미작성 및 일방적 조건 통보 등을 꼽았다.
그가 소개한 불공정 사례 중 하나인 경기도 용인 소재 A병원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의료기기 공급업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을 1년 넘게 지연했고 표준계약서 없이 거래한 업체들은 병원과 연락두절된 상태로 피해를 떠안았다고 했다.
한 중소 의료기기업체는 여러 병원에 연간 10억 원대 물품을 가납으로 납품했으나 결제받은 금액은 3억 원에 불과했다.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면서 병원계도 분주해졌다. 대한병원협회는 국회와 정부에 이번 개정안과 관련한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특수관계인 거래 제한에 대해서는 의료기기는 일반적 소모품부터 전문성을 요하는 수술용 재료까지 종류와 관리방식이 천차만별인 만큼 각 병원 특성과 필요에 따라 맞춤형 공급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 B씨는 “돈이 급하면 병원이 대출을 받아야지 왜 영세업체 돈을 병원 계좌에 묶어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질타했다.
또 다른 관계자 C씨도 “우리가 병원에 가면 모두 선결이다”며 “환자에겐 수술도 퇴원도 수납 먼저 하라면서 정작 본인들은 1년~ 2년씩 돈을 안 주는 건 구조화된 갑질이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병원은 진료, 검사, 수술 등 모든 행위에 앞서 선납이나 가결산 입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 업체에는 병원 사정에 따라 수개월, 심지어 3년까지 대금 지급을 미루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러한 불균형 구조는 병원과 의료기기업체 간 우월적 지위 남용 문제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간납업체를 통해 의료기기를 유통하는 구조 속에서 결제 지연, 공급선 변경, 계약 무시 등 불공정 행위가 반복돼 왔다.
한 대학병원 원장은 “특수관계 간납제도가 모두 불공정하다고 치부해서는 안 되며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얼마든지 규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