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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음식 배달앱들이 그간 배달 기사들에게 적용해 온 ‘배송 지연 벌금’을 철폐하기 시작했다. 21일 중국 내 공식 노조인 중화전국총공회 기관지 공인일보 등은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JD)이 선전·난징·하얼빈·우한 등 25개 도시를 시범 구역으로 정해 배달기사의 배송시간 초과에 따른 벌금을 ‘서비스 점수’ 관리제로 전환한다는 발표를 했다. 음식배달 전문 플랫폼인 얼러머(ele.me·배고프지)·메이퇀(美團) 역시 여러 도시에서 벌금제를 대체할 서비스 점수제를 도입하거나 올해 말까지 벌금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현지 경제 데이터 분석업체 윈드에 따르면 중국의 배달시장 규모가 지속적인 성장세 속에 1조 위안(약 200조 원)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또 작년 말 기준 배달앱 이용자가 약 5억9200만 명이며 배달 기사는 1000만 명 이상이다. 대형 배달앱들 간의 극심한 경쟁 속에 ‘저가·무료·초고속 배달’이 일반화됐다. 이용자들은 저렴하게 음식과 서비스를 누리게 됐으나 배달기사들 스트레스도 증대됐다. 그중 하나가 배달지연 벌금이었다. 낯선 길을 헤매거나 교통체증이 발생한 경우, 심지어 음식 자체가 늦게 나왔어도 일단 지연의 책임이 기사들에게 돌아갔다. 소비자가 플랫폼에 댓글 등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플랫폼 측이 즉각 해당 기사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식이었다.
이에 당국이 음식 배달앱 대표들을 잇따라 소환해 과열 경쟁을 중단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공인일보는 배달 플랫폼들이 장기간 유지해온 벌금제를 두고 “업계 발전 초창기엔 확실히 효율성 우위가 있었지만 위험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며 “기사들이 벌금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간과의 싸움을 하다 보니 역주행·신호위반·과속이 일상적으로 벌어져 기사 개인과 도시 교통에 안전 리스크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체는 배달 플랫폼들이 ‘지연 배달시 벌금 부과’에서 ‘지속적인 정시 배달을 통한 보상 획득’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배달기사가 알고리즘의 종속물이 아니라 존중받을 만한 노동자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인일보는 메이퇀의 ‘배달기사 권익 보장 백서 2025’를 인용해 벌금제가 폐지된 항저우시에선 시범 운영 기간 배달 지연율이 0.8% 높아졌으나 고객 불만 제기율은 오히려 12% 낮아졌다고 전했다. 벌금을 부과하지 않아도 서비스 질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메이퇀은 중국 본토 전역에 배달망이 깔린 초대형 플랫폼이다. 31개 성급 행정구역 전역(홍콩·마카오 제외)에서 운영 중이며 340곳 이상 지구급 도시와 2800여 개 현(縣)급 도시·구·진까지 진출해 있다(작년 기업 공시). 현지 배달시장은 메이퇀(약 70%)과 알리바바 계열의 얼러머(25~28%)가 양분한다. 주요 서방 외신이 자주 인용하는 중국의 대표적 민간 빅데이터·시장조사 기구 아이메이즈쉰(iiMedia Research·艾媒咨詢) 자료상 작년 기준 메이퇀 플랫폼 등록 기사만 약 745만 명이다.
배달기사 중 고학력자들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 내 대졸자가 매년 600만~1000만 명 배출되는 반면 경제 침체는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배달업계 노동자들이 사회 내에 크나큰 불만 요소로 작동할 여지에 중국 정부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의 ‘라디오 프리 아시아’(RFA)가 2022년 메이퇀·얼러머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석사 이상’ 비중이 각각 약 1%라고 보도한 바 있다. 메이퇀 11만8000명, 어러머 9896명을 설문 표본으로 한 결과로서 ‘석사 7만 명’ 등 소문을 검증한 기사였다.
1996년 설립된 RFA는 미 정부가 자금 지원을 하는 비영리 국제방송으로 여러 아시아 언어로 방송 및 온라인 뉴스를 제공한다. RFA의 해당 기사를 상하이 기반 매체 ‘이차이(一財) 글로벌’이 2024년 6월 재언급했다. 메이퇀이 “라이더의 25%가 대학(전문대 포함) 이상”이라는 소문을 부인하며, 자사 2019년 조사 때 ‘석사 이상 1%’가 나왔지만 이들이 모두 배달 전업자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부업 내지 아르바이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국내외에서 “메이퇀 기사 중 대졸 이상 38만 명(이 중 대학원 졸업 8만)”설을 메이퇀이 공식 부인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금년 7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선 명문대 출신 개별 사례를 통해 고학력자의 플랫폼 유입 현상을 조명한 바 있다.
온라인 기반 글로벌 매체인 유라시아 리뷰가 그간의 중국 배달기사 계층 관련 연구·보도 들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남성이 95.56%, 평균 연령은 약 33세(약 80%가 21~40세)다. 또 약 73.93%가 농촌 출신이며, 약 79.76%가 다른 지역(성·시·현)으로 이동해 일하고 있다. 현 거주지 호적이 없어 행정·복지 등 서비스에서 배제돼 있다. 2023년 난징 현지 배달기사들을 대상으로 설문·현장 조사를 통해 이들의 숙소 마련 과정과 거주환경을 다룬 논문도 있다(‘음식배달업계의 생활조건 조사’ 난징대). 매우 불안정하고 열악한 상황임을 엿볼 수 있다. 현장에선 기사를 고용·배치하는 하청 배송센터나 인력도급업체가 기숙사 풍의 공용숙소 제공을 복지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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