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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예산안인 총 728조 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전면 대치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는 올해보다 8.1% 증가한 예산을 편성하며 ‘AI(인공지능) 대전환’과 ‘초혁신경제’를 기치로 내세운 반면, 야당은 “국가 부채를 키우는 빚잔치 예산”이라며 강도 높은 삭감을 예고했다.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화되는 예산 정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확장재정 실험’이 정치적으로도 첫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728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경제 회복과 미래 성장의 마중물”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예산안 의결 당시 국무회의에서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야 농사를 준비할 수 있다”며 확장재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산안의 핵심은 AI, 반도체, 첨단산업, 연구·개발(R&D) 등 미래 성장동력 분야다. R&D 예산은 전년 대비 19.3% 증액된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으며, 윤석열 정부 시절 대폭 삭감됐던 과학기술 및 혁신 예산이 대거 복원됐다.
이 정부는 또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국립의대 설립·지방혁신산업단지·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화폐 발행 지원 규모는 24조 원으로, 국비 보조율을 상향해 지역 소상공인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예산 기조를 전폭 지지하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AI·R&D, 지역혁신 등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인 만큼 원안을 최대한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이번 예산을 ‘국가 미래산업에 대한 선제 투자’이자 ‘민생 회복의 실질적 수단’으로 규정하며 방어 태세를 굳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예산을 “확장재정이라는 이름의 포퓰리즘 잔치”로 규정하고 강력한 삭감전을 예고했다.
특히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110조 원에 달해 역대 최대라는 점을 들어 “세금으로 막지 못하는 빚더미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돈을 뿌려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착각이 국가 재정을 파탄 낸다”며 “필요 없는 예산은 과감히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공약과 직접 연계된 국민성장펀드, 지역화폐, 기본소득 시범사업 등이 우선 삭감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재원 조달 방식도 야당의 집중 포화 대상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이 투자 재원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며 리스크 관리 방안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강원 지역 민생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외교적 성과를 명분 삼아 국민 부담을 늘리는 재정 운용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 등 특정 지지층을 위한 ‘특혜성 예산’ 여부를 검증하고, 불요불급한 예산 항목은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5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 가동된다. 6~7일 종합정책질의, 10~11일 경제부처, 12~13일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진행한다. 이후 17일부터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예산 증감 심사에 들어간다. 예산소위 의결을 거쳐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로 이어지는 절차가 통상 한 달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에 12월2일 법정 시한 내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야의 핵심 쟁점이 ‘이재명표 사업’과 확장재정 기조에 맞춰져 있는 만큼 본회의 전까지 양보 없는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적극적 재정이 내수 회복의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브리핑에서 “경제 침체 국면에서는 국가가 마중물이 돼야 한다”며 “민생과 미래산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정부가 추진한 13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 정책이 물가만 올렸다”며 “혈세를 살포하는 방식의 단기 부양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양당 모두 ‘민생’을 내세우지만 접근법은 정반대다. 민주당은 재정을 통한 적극적 경기 부양을, 국민의힘은 건전 재정을 통한 구조개혁을 강조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예산 국면을 “이재명 정부의 경제철학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 본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2일. 하지만 5년 연속 시한을 넘긴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벼락 처리’ 혹은 ‘강행 처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정부의 첫 예산안은 단순한 재정안이 아니라 ‘확장재정의 철학’과 ‘국가 미래 전략’이 맞붙는 정치전의 서막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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