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지도 2025 ⑫] 줄이은 ‘메디컬·오피스 벨트’… 강남의 대동맥 ', '6.9km의 강남대로 중 신사동에서 강남역까지 구간이 성형외과,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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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중추가 태백산맥이라면 서울 강남의 중추는 ‘강남대로’라고 할 수 있다. 총길이 약 6.9km의 강남대로는 한남대교 남단에서 신사역·강남역·양재역을 잇는 왕복 10차선 도로로 강남 상권의 핵심이자 수도권 지하철 2·3·7·9호선, 신분당선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 통한다. 신논현역과 강남역 사이에 성형외과와 유흥시설이 밀집해 있다면, 테헤란로를 기준으로 강남역과 양재역 사이엔 자동차 전시장과 오피스 빌딩 위주로 거리가 형성돼 있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강남대로 下편에서는 급변하는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강남대로의 의미와 지형도를 파악하는 동시에 앞으로 이 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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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의 중추 강남대로. 강남역과 양재역에 이르는 구간에는 자동차 전시장과 오피스 빌딩이 즐비하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 윤수진 기자@스카이데일리 |
6.9km의 강남대로 중 신사동에서 강남역까지 구간이 성형외과, 식당가, 영화관, 서점가, 패션가를 중심으로 한국 최고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면 강남역에서 양재시민의숲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하다.
물론 이곳에는 강남의 대표 교차로인 ‘우성아파트사거리’ ‘뱅뱅사거리’가 있어 빌딩의 규모나 이름값에 있어 결코 다른 강남 지역에 뒤지는 것은 아니다.
강남역 7번 출구로 나오면 돌로 조각된 거북(현무) 상이 수호신처럼 강남 한복판을 지키고 서 있다. 현무는 동양 신화에서 네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 중 하나로 북쪽·검은색·물을 담당한다.
언뜻 거북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뱀·용이 뒤얽힌 형태를 띤다. 거북의 등껍질은 방어를, 뱀의 머리는 공격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의 남쪽인 강남에 북방의 수호신을 세워 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가 모르는 깊은 뜻이 있는 걸까?
남쪽 도시로 나가는 관문 강남역 7번 출구
강남역 7번 출구는 광역버스 정류장 집합소다. 퇴근 시간이면 수원·성남·광주·안양·군포·의왕·용인·화성·오산·평택 등 서울 남쪽 도시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이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정류장이 많은 만큼 각각의 명칭도 이채롭다. 대부분 빌딩 이름으로 △강남역삼성전자 △수협서초지점 △강남역서초현대타워 앞 △강남역나라빌딩앞 △강남역우리은행 △강남역도씨에빛 △강남역티월드가 손을 맞잡듯 이어진다.
강남역 6·7번 출구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물은 서초현대타워(강남대로 375)다. 지하 7층 지상 30층으로 구성된 주상복합빌딩이다. 대지면적 1371.9㎡에 연면적이 2만997㎡를 넘어서는 대형 건축물로 건폐율은 52.34%, 용적률은 1051.83%에 이른다.
1997년 준공된 이 건물에는 아파트 38세대와 오피스텔 50실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1개월 실거래가가 15억 원(66평형)으로 4년 전과 비교할 때 거의 오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평당 가격은 2273만 원이다. 인근 서초동 아파트 평당가 3460만 원과 비교해 보면 1000만 원 이상 낮고, 인근 서초현대타워아파트의 5818만 원과 비교하면 반도 안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강남대로의 번잡한 환경이 상업 활동에는 유리하지만 일반 주거에는 적당하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건물은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강남대로에는 유독 현대그룹과 관련된 건물이 많다. 강남역 4번 출구 부근에 현대자동차 강남대로 사옥이 있고 강남대로가 마무리되는 염곡사거리에는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이 있다.
현대자동차 UX 스튜디오의 미래 모빌리티 체험
이 일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단연 현대자동차 강남대로 사옥(강남대로 350)이다. 2023년 12월에 문을 연 신상 건물로 국내사업본부 직원들이 입주해 있으며 1·2층에는 UX 스튜디오가 있다.
올해 7월에 개관한 UX 스튜디오는 고객이 현장 방문을 통해 사용자 경험(UX) 기반의 모빌리티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UX 연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이다.
사용자 경험은 △고객의 니즈(Needs)를 발견하고(디스커버리) △수집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해결 과제를 정의하며(디파인)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아이데이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프로토타입) △피드백을 수집하는(테스트) 단계로 진행된다.
과거 UX는 디자인이나 실내 공간의 구조와 소재 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에는 차량 내부를 넘어 외부 환경으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라고 한다. UX 프로그램은 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한편 강남대로 사옥과는 별개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삼성동 옛 한전 부지에 지으려던 105층 신사옥(GBC) 계획을 54층짜리 건물 세 동(일명 삼둥이 빌딩)으로 변경한 바 있다.
뱅뱅사거리 풍경 바꾼 현대자동차
뱅뱅사거리 뱅뱅빌딩에는 현대자동차 전시장이 있으며 도곡로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프루덴셜타워(현 KB라이프타워)에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여러 곳 입주해 있었다. 그래서 뱅뱅사거리 일대를 ‘현대자동차 그룹 타운’으로 부르기도 했다.
‘뱅뱅사거리’는 도곡로와 효령로가 만나는 지점에 1983년 의류 브랜드 뱅뱅(BANG BANG)이 뱅뱅프라자를 신축하면서 생긴 이름이다. 지금처럼 높은 건물이 별로 없을 때 뱅뱅 매장이 잘 눈에 띄다 보니 별명처럼 부르기 시작한 게 지금의 ‘뱅뱅사거리’로 굳어졌다.
강남대로는 ‘삐까번쩍한’ 자동차 전시장이 많기로 유명한데 과거 뱅뱅 의류매장이 있던 뱅뱅빌딩(강남대로 292) 1층에는 지금 현대차 전시장이 들어와 있다.
7층 규모의 뱅뱅빌딩은 뱅뱅 그룹의 계열사인 야드엘파이낸스 소유로 2012년 대신증권으로부터 650억 원에 사들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가치가 애초 매입가의 세 배인 18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뱅뱅 매장은 바로 옆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강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남강빌딩(강남대로 291)에는 기아자동차 서초지점이 자리해 있으며 건너편 KB라이프타워에는 르노자동차 서울 본사가 있다.
또 양재역에서 가까운 효성벤츠타워(강남대로 284)에는 벤츠전시장이 있어 EQ존, 마이바흐 존, AMG 존 등 다양한 테마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기하학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메리츠타워
테헤란로와 강남대로의 접점, 강남역 3번 출구에 자리한 30층 높이의 메리츠타워(구 동양화재 사옥, 강남대로 382)는 높은 빌딩이 가득한 강남 한복판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유리커튼월과 석재커튼월로 마감된 외벽은 기하학적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고 두 개의 건물을 겹쳐놓은 듯한 건물 외관은 무표정한 도심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신사옥인 메리츠타워는 대지면적 4,464.1㎡에 건축면적 1,551.36㎡, 연면적은 5만7435.79㎡이다. 건폐율 34.75%에 용적율은 785.01%에 이른다. 메리츠타워의 임대료는 평당 10만~15만 원선이며 관리비는 평당 4만~5만 원이다. 한편 메리츠화재는 2005년 한진그룹에서 분리되었다.
강남역 4번 출구 우성아파트 사거리에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더 갤러리 832’ 빌딩이 있다. 원래 그 자리에는 한일시멘트 사옥이었던 우덕빌딩(강남대로 330)이 있었다. 한일시멘트의 첫 번째 공장이 세워진 충북 단양 우덕리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1985년에 완공된 기존 우덕빌딩은 2020년 5월 더강남832PFV에 매각되어 2023년 철거되었다. 우덕빌딩을 인수한 더강남832PFV는 2026년 ‘더 갤러리 832’ 빌딩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공사는 현대건설이 맡아 진행 중이다.
양재역 3번 출구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소유의 캠코양재타워(강남대로 262)가 있다. 1998년 9월 준공된 이 건물은 지하 7층부터 지상 20층까지 구성된 이 빌딩은 연면적 약 4만3472㎡(1만3150평)에 건축면적은 1만623.25㎡에 이른다.
기준층 전용면적은 약 264평이며 전용률은 52%다. 2025년 기준 평균 임대료는 강남역 일대 빌딩보다 낮은 8만8000원에 형성돼 있다.
양재역의 풍경을 바꾸는 신축 건물들
양재역 3번 출구 ‘강남 도루코 신사옥’(강남대로 254)은 지하 6층부터 지상 12층에 이르는 세련된 건축물로 계단식 커튼월이 돋보인다. 초고층 빌딩은 아니지만 도곡동 952-6, 952-7, 952-8번지 3필지를 토대로 하는 만큼 건물 규모가 상당하다.
알다시피 도루코(DORCO)는 국내를 대표하는 면도기 제조업체다. 오로지 ‘칼’ 하나에만 집중하며 외길을 걸어 온 도루코지만 유독 부동산에는 관심이 많아 국내에 부동산 자산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루코는 최초의 사옥은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개봉사거리에 있었다. 창업주인 고 탁시근 회장은 1955년 이 일대 4필지를 바탕으로 공장을 짓고 국내 최초로 근대식 면도날 양산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동양경금속공업’이라는 이름이었으나 1978년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개봉동 사옥을 올리면서 상표명도 ‘도루코’로 변경했다.
1989년 도루코는 개봉동 시대를 마감하고 본사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으로 옮기게 된다. 2006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양재동 서초구청 앞에 둥지를 틀었다가 2024년 지금의 사옥으로 이전했다. 잔여 사무실은 일반에 임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강남대로의 남쪽 끝 지점인 양재시민의숲역 일대, 염곡사거리에는 현대자동차 본사와 기아자동차 본사가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두 회사의 주소는 서울 서초구 헌릉로 12번지로 동일하다.
이 일대가 서울의 관문인 경부고속도로 입구다 보니 외곽 나들이를 마치고 상경할 때면 두 건물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 삶의 기반, 내 삶의 근거로 돌아왔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여행자는 수도 서울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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