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보험산업이 기후위험을 넘어 ‘자연 리스크’까지 관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보험연구원(KIRI) 의 김유미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KIRI 리포트 글로벌 이슈 ‘보험산업과 생물다양성 손실 리스크 관리’에서 글로벌 보험사들의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리스크 측정과 평가 수준이 미흡하다는 한계점을 지적하며 데이터·모델 개선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생물다양성 리스크 관리는 투자, 상품,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인수심사) 등 전 영역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구체적으로는 보험사와 사회 전반에 중장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보험사는 자연 서식지 훼손, 침입종 확산, 오염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의 빈도·강도를 조기에 파악해 언더라이팅과 가격 결정을 정교화할 수 있고, 사회는 복원 사업 연계 상품을 통해 재해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장에서는 맹그로브·습지 복원 성과를 트리거로 삼는 파라메트릭 보험, 생태계 서비스 가치에 투자하는 자연기반해법(NbS) 금융, 보호구역 내 화석연료 신규 프로젝트 인수 배제 등 구체적 조치가 확산되는 추세다.
다만 데이터 활용과 모델링의 제약은 여전했다. 생태 의존·영향 데이터의 공간·시간 해상도가 낮고 분류체계가 제각각이라 포트폴리오별 노출을 일관되게 산정하기 어렵다. 재해위험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CAT 모델도 기후·생태 상호작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지역·산업별 손해상관 구조를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다.
김 연구원은 “생물다양성은 물리적 리스크와 전이·책임 리스크를 동시에 낳는 특성이 있어, 데이터 표준화와 모델 개선 없이는 관리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투명한 데이터 거버넌스와 업권 공통 지표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내부자기위험·지급여력평가(ORSA)에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포함하도록 명확히 요구하고, 식별·평가·관리·모니터링 전 과정에 자연 리스크를 통합하고 있다. 다만 실제 적용 수준은 과도기로 2023년 유럽 보험연금감독청(EIOPA)의 감독평가에선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ORSA에 반영한 보험사가 약 20%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각국 감독은 이에 따라 고위험 산업(식품·농업·광업·화학 등)에 대한 노출 점검 강화, 공통 지표와 오픈소스 데이터 구축, 기후·생태 요인을 함께 다루는 차세대 모델 개발을 권고하는 흐름을 보여줬다.
국가별로 정책 차이도 두드러졌다. 유럽은 지속가능성 관리를 제도화하면서도 데이터 품질·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요구하고, 일부 국가는 보호구역·원시림·희귀서식지에 대한 인수 배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있다. 반면 일부 아시아 시장은 혁신 촉진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며, 현지 생태 특성을 반영한 파일럿 상품을 통해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 주류를 이뤘다. 김 연구원은 “정책·시장 성숙도에 따라 접근법은 달라질 수 있지만 ‘측정 가능성’과 ‘소비자 신뢰’라는 큰 틀이 공통 분모”라고 설명했다.
리포트는 국내 보험산업의 과제를 몇가지 제시했다.
첫째, 투자·상품·언더라이팅의 ‘삼각축’에 생물다양성 기준을 동시에 탑재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보호구역·습지·원시림 등 민감지역 스크리닝 룰을 선제 도입하고, 고위험 부문에 대한 인수 배제·우대 기준을 명문화해야 한다. 둘째, 데이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위성·GIS와 공급망 데이터를 연계하고, 산업별 의존·영향 매핑을 표준화해 내부 한도·가격·적립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ORSA에는 토지이용 변화, 수자원 스트레스, 침입종 확산 등의 자연 리스크 시나리오 를 상시 편입해, 자본적정성과 현금흐름 민감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아울러 김 연구원은 “보험사가 자연기반해법 투자와 파라메트릭 상품을 병행하고, 데이터·모델 표준을 공동으로 마련한다면 손해율 안정과 브랜드 신뢰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공통 지표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고, 국제 기준과 보폭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