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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최근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 된다”는 발언을 한 직후, 정작 본인 배우자가 전세를 끼고 30억 원대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과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이 차관의 배우자 한 모 씨는 지난해 7월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전용 117㎡)을 33억5000만 원에 매입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해당 아파트에 14억8000만 원의 전세 계약을 체결해 잔금 18억7000만 원만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유권 이전은 같은 해 12월 완료됐다.
현재 이 단지의 실거래가는 40억~42억 원대로 형성돼 있다. 매입 1년 만에 약 10억 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계약 구조상 전세 보증금으로 매입 자금을 일부 충당하는 전형적인 ‘갭투자’ 형태다.
이 차관은 이 아파트를 사기 직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판교밸리호반써밋(84㎡)을 11억4500만 원에 매도했다. 2017년 분양가(6억4511만 원)와 비교하면 약 5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셈이다.
문제는 이 거래 역시 갭투자자에게 팔린 형태라는 점이다. 새 주택 매수자와 전세 계약을 맺고, 이 차관이 자신이 판 집에 그대로 전세로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투기 억제’ 기조 속에서 주택정책 핵심 인사가 오히려 ‘갭투자 구조의 수혜자’로 드러난 셈이다.
“돈 모아 집 사라”… ‘유체이탈 발언’ 논란
이 차관은 19일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정부가 정책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면 그때 사면 된다”며 “지금은 소득이 오르고 자산이 쌓인 뒤 매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고가 주택 실수요자들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와 상관없이 매수할 수 있다”며 “규제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전세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실수요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본인은 33억짜리 아파트를 사놓고 국민에게는 ‘기다리라’고 한다”“정책 담당자가 시장을 조롱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국토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더 큰 평수로 이사하기 위해 새 아파트를 산 것”이라며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일시적으로 1가구2주택이 됐고, 전세 계약은 입주 시점 조율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7년 1월 실제 백현동 아파트로 입주할 예정”이라며 “투기 목적의 갭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토부 정책 책임자가 ‘돈 모아 집 사라’며 국민을 훈계하면서 자신은 전세 끼고 고가 아파트를 산 것은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이 집을 사고팔기도 어려운 규제 아래 놓였는데, 정책 담당자는 이미 수십억 자산으로 ‘똘똘한 한 채’를 확보했다”며 “이것이 바로 국민 분노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공개한 재산 내역에 따르면, 이 차관은 총 56억6291만 원의 재산을 신고해 현직 고위공직자 중 3위에 올랐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 자산으로, 본인 명의 아파트와 배우자 명의의 분당 아파트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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