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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북촌의 갤러리단정이 한국화 초대전으로 가을의 문을 두드린다.
갤러리단정은 5일부터 30일까지 세밀한 묘사와 감성적 색채로 주목받고 있는 김숙경 작가의 초대전을 연다.
김숙경 작가는 ‘시간을 그리는 화가’라는 찬사처럼 장지(壯紙, 한지를 여러 겹 붙여 만든 전통 종이) 위에 세심한 붓질을 수없이 더해 작품을 완성한다.
언뜻 보면 서양화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한국 장지의 품위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한국화임을 알 수 있다. 전통 민화에 주로 이용되는 분채, 석채를 다루는 솜씨가 내밀한 사유와 연결되어 감성적인 인물화로 확장된다.
동양과 서양의 장점을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로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는 2020년부터 1000일 동안 매일 드로잉으로 그림일기를 완성하고 이를 책으로 엮어냈다.
총 528쪽에 달하는 ‘나다움의 서사’는 지름길이나 샛길 대신 치열하게 사회와 소통을 시도하며 한국화가의 길을 걷고 있음을 증명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현대인이 놓치기 쉬운 감성을 농밀한 예술 언어로 풀어내는 그의 작품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급격히 변화 중인 미술 생태계 흐름 속에서 화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는 “인간 중심의 시선을 벗어나 생명과 존재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삶을,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물에 대한 여성적 감수성을 드러내는 삶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생태적 존재로서 ‘여자’의 삶은 그 자체로 자연의 순환과 맞닿아 있으며, 계절의 흐름처럼 변주된다. 여성의 몸과 마음 또한 생태의 호흡과 함께 움직인다. ‘여자’는 성숙과 돌봄의 상징으로 ‘소녀’는 순수함과 시작의 존재로 대비되지만, 단절이 아닌 연속의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 중심의 세상에서 잠시 이탈해 ‘동물과 함께 숨 쉬는 세계’를 그리는 일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차지했던 우월한 위치를 내려놓게 만든다. 동물과 꽃, 그들의 몸짓과 마주하며 인간이 아닌 존재 와도 오랜 친구처럼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작가의 화폭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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