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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에 재무 구조 악화라는 복병을 만났다. RCPS(상환전환우선주)의 회계기준 변경으로 부채비율이 600%를 넘어선 데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되며 단기 유동성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는 K-IFRS(국제회계기준) 제1032호 적용에 따라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에서 RCPS를 자본이 아닌 금융부채로 재분류했다. RCPS는 투자자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권리와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결합된 증권이다.
스타트업 단계에서는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 따라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신사의 RCPS 전액이 부채로 전환되며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무신사의 올해 6월 말 기준 부채총계는 1조9133억 원으로 지난해 말(1조4903억 원) 대비 423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7703억 원에서 3137억 원으로 4566 억원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부채비율은 194%에서 610%로 약 400%p 급등했다. 자본시장에서 통상 부채비율이 300%를 초과하면 재무 위험 수준으로 평가된다.
단기 유동성도 빠르게 나빠졌다. 2949억 원이던 단기차입금이 8126억 원으로 176% 급증했고, 총 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1조2131억 원에 달했다. 현금성자산은 4627억 원으로 순차입금 규모만 7500억 원 수준이다. 유동비율은 지난해 120.8%에서 올해 69.4%로 급감하며단기 부채 상환 능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무신사의 RCPS 상환 부담도 본격화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RCPS는 발행 후 5년 내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환권이 행사된다. 2019년 12월 발행한 제1종 RCPS(938억 원)는 이미 상환 시점이 도래했으며, 2021년 발행한 제2종(1277억 원) 역시 내년 3월부터 연 8% 이자의 상환권이 발생한다. 이후 제2-1, 제2-2, 제3종까지 총 5200억 원 규모의 RCPS가 순차적으로 만기를 맞는다. IPO 일정이 늦춰질 경우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구로 대규모 현금 유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무신사는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719억 원으로 전환되며 유동성 부담이 가중됐다. 지난해 상반기 1736억 원의 현금 유입에서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셈이다. 이는 재고자산 확대와 자산·부채 변동에 따른 1861억 원의 현금 유출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재고자산 증가로만 894억 원이 빠져나갔는데, 이는 전년 대비 174.9% 급증한 수치다.
무신사는 IPO를 앞두고 외형 성장을 위한 ‘공격적 재고 확보 전략’을 택했다. 하반기 매출 확대와 오프라인 매장 확장을 위한 선제적 물량 확보가 단기 자금 유출로 이어진 것이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은 지난해 20여 개에서 올해 40여 개로 두 배 늘었고, 8월 기준 이미 29호점을 돌파했다. 무신사는 올해 30호점 이상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제품 매출 4000억 원 돌파를 노린다.
무신사는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상태다. IPO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부채 구조를 개선할 수 있지만, 일정이 지연될 경우 유동성 악화로 신용도 하락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무신사는 상장을 앞두고 RCPS 상환권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며 “투자자들과 전환조건을 재협상하거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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