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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의 관세·원산지 규제 대응을 지원해 온 정부 사업 예산이 36% 줄어들면서 통상 정책이 국회 예산 심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미국의 원산지 판정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예산이 축소될 경우 기업의 대응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은 27일 관세청 산하 한국원산지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글로벌 관세·원산지 규제 대응 수출기업 지원’ 사업의 내년도 예산은 5억8200만 원으로 올해 9억1500만 원에 비해 36% 삭감됐다. 이 같은 삭감은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이 사업은 주요 교역국의 관세 규제와 자유무역협정 관련 정보를 분석해 수출기업에 제공해 왔다. 특히 미국의 원산지 판정 사례는 법적 해석이 복잡해 기업이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분석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따라서 예산이 축소될 경우 지원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의 사전 원산지 판정 건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연간 약 300건에서 800건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한국원산지정보원이 감당해야 할 분석 수요도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 정보원의 분석 가능 건수는 연간 약 300건에 불과하다. 게다가 누적 판정 사례가 약 20만 건에 이르고 있어 예산이 줄면 신규 판정 분석은 물론 기존 자료의 업데이트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삭감은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 변화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정부는 복지·민생 분야 지출을 확대하는 대신 무역·통상 관련 예산을 줄여 왔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에 대한 정보 지원 체계가 전반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 방향을 둘러싼 정치권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예산 삭감이 수출기업의 대응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야당은 원산지 판정 대응에 공백이 생기면 중소·중견기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증액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한정된 재원을 분야별로 우선순위를 조정한 결과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박성훈 의원은 “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관세 정보 지원 예산을 줄이는 것은 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예산 삭감이 단순한 재정 문제에 그치지 않고 통상 대응력과 직결되는 사안임을 보여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향후 예산 심사에서 미국 원산지 판정 증가 추세와 수출기업의 대응 실태를 집중 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예산 감액이 기업 현장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예산이 감액된 채 확정될 경우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복잡한 판정 기준에 대응해야 하며 수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예산 편성 문제를 넘어 통상 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둘러싼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증액 여부에 따라 향후 통상 대응 체계와 정책 구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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