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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국제 제재 대상인 후이원 그룹과 145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거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계기로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세탁 경로에 국내 거래소가 포함됐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국회는 규제 공백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국제 제재 체계와 국내 규제의 연결 구조에 근본적인 허점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7일 박찬대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빗썸은 2021년부터 2025년 5월까지 후이원 그룹과 총 145억922만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거래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거래가 없었고 2023년에는 4건 922만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3397건 124억 원으로 급증했고 2025년 5월까지도 2079건 21억 원 규모의 거래가 이어졌다. 거래의 99.9%는 달러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였다.
후이원 그룹은 캄보디아에서 합법 기업으로 등록돼 있으나 범죄 조직 간 자금세탁에 활용되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해 왔다. 특히 자체 거래소 ‘후이원크립토’에서는 고객 신원확인 절차 없이 자금이 이동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라자루스 그룹 등 북한 해킹 조직과 동남아 범죄 조직의 자금이 세탁된 정황이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가상자산 분석기관 클로인트는 인신 매매와 감금 혐의로 제재를 받은 프린스 그룹의 자금 일부가 후이원 그룹을 통해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체이널리시스도 후이원 그룹이 불법 자금의 출처를 은폐하고 자금을 분산하는 주요 경로라고 분석했다. 미국 재무부와 영국 정부는 후이원 그룹을 국제 범죄 조직으로 지정하고 금융기관의 모든 거래를 차단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제재 대상과 거래소 간 실시간 연동 체계가 없어 제재 직후에도 거래가 가능했다. 빗썸이 후이원 관련 입출금을 제한한 시점은 미국의 제재 발표 다음 날인 5월2일 오후 6시였다. 제재 발표와 거래 제한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면서 거래 공백이 생겼고 이는 제도적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는 이러한 시차를 문제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정무위원회는 해외 제재 명단이 국내 거래소 시스템에 즉시 반영되지 않아 자금세탁 경로가 열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제도 간격이 범죄 자금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야 모두 사건의 성격을 금융 규제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안보와 외교까지 확장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당은 거래소 규제 강화 논의를 예고했다. 제재 정보 자동 반영, 신원확인 절차 강화, 고위험 거래 차단 등이 검토 대상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은 거래소 대응 절차와 모니터링 체계 점검에 착수했다. 야당은 정부의 대응 지연을 비판하며 국제 공조 체계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이 국내 거래소를 경유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첫 사례로 외교·안보·금융 규제 영역이 맞물려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국회는 추가 자료 제출과 관계 기관 출석 요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무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정치권은 국제 제재와 국내 금융 규제의 공백 해소를 중심으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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