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자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의 학위 연수 제도에서 ‘성과 없는 복지성 유학’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실이 27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2020~2024년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출입은행 임직원 52명(국내 32명·국외 20명)이 국내외 명문대 학위 연수에 참여하는 데 약 38억 원이 투입됐지만 논문 제출 실적은 단 9건으로 제출률이 17%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정일영 의원은 “수십억 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됐음에도 학문적 성과가 거의 없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공공기관으로서 성과 책임 의식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논문 의무도 없고 성적도 형식적이라면 무엇을 배우고 돌아왔는지 불분명하다”며 “학위증과 성적표만 제출하면 끝나는 현행 제도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또 “연수 후 전문 인재로 재활용할 수 있는 인사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성과 중심의 관리와 투명한 감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국정감사에서 수출입은행의 학위 연수 실태를 철저히 점검하고 방만 운영의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학술 연수의 1인당 평균 지원비용은 2021년 파견이 약 7059만 원, 2022년은 7274만 원, 2023년은 7004만 원, 2024년은 6866만 원으로 파악됐다. 국외 학술 연수는 1인당 평균 1억540만~1억3915만 원 선으로 나타났다.
경쟁률은 꾸준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학술 연수는 연차별로 2.6:1~6.2:1, 국외 학술 연수는 2.3:1~4.5:1을 기록했다. 이런 선발 경쟁을 거쳤음에도 결과물이 빈약하다는 점에서 제도 설계와 사후관리의 허점이 부각된다.
정 의원은 내부규정이 성과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학위 연수는 ‘학위증과 학위논문(논문이 없는 과정은 제외)’ 제출을 요구하지만, 실무상 학위증만 제출돼도 이수가 인정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다.
국외 학위 연수는 더 허술하다. 국외 연수자는 귀국 후 3개월 내 연수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학기마다 성적증명서를 제출하면 보고서 제출을 생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성적표 제출이 곧 연수 이수로 사실상 대체되는 구조다. 일부 해외 대학의 패스/페일(Pass/Fail) 방식 과정이나 비논문 트랙 수업의 경우 학문적 성과가 객관적으로 측정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