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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 양국 간 최대 현안이었던 관세 협상 타결로 귀결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오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총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현금 투자와 조선업 협력으로 분리하고,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로써 한국산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되며, 양국 상호관세는 기존 합의대로 15%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한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며 “공정하고 아름다운 결과”라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대미 투자펀드 35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현금 투자분은 한꺼번에 집행되지 않고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도에 따라 투입된다. 김 실장은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투자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별도 근거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한 투자 약정은 2029년 1월까지 유효하며, 실제 자금 조달은 장기적으로 진행된다. 시장 매입이 아닌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조달 방식을 적용해 외환 유출 압력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조선 분야 투자 1500억 달러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로 명명됐다. 해당 사업은 한국 조선 기업 주도로 진행되며, 직접투자(FDI)와 보증이 포함된 복합 금융 구조를 갖춘다.
김 실장은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과 미국의 선박 금융 시스템이 결합돼, 신규 선박 건조와 관련한 장기 금융 조달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는 한국 조선업 수주 경쟁력 강화와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동시에 도모하는 상징적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로 자동차 및 부품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된다.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MFN)를 적용받으며, 항공기 부품·제네릭 의약품·미국 내 미생산 천연자원은 무관세로 수입이 가능해진다.
반도체의 경우 한국의 주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농업 분야에서는 쌀·쇠고기 등 핵심 품목의 추가 개방을 완전히 방어했고, 검역 절차 개선과 상호 소통 강화 수준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관세 인하 효력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첫날로 소급 적용돼, 11월 1일부터 발효될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 투자 합의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상업적 합리성(Commercial Rationality)’ 조항을 양해각서(MOU)에 명시하기로 했다. 이는 투자 프로젝트가 충분한 현금 흐름을 통해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업만 추진한다는 원칙이다.
김 실장은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의 수익으로 보전 가능한 엄브렐라(umbrella)형 SPC 구조를 설계했다”며 “손실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투자 수익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 양국이 5대5로 배분하며, 20년 내 원리금을 전액 상환하지 못할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경제 현안과 함께 안보 분야 논의도 깊게 다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방위비 산업 지원과 방위비 증액을 확실히 해나가겠다”며 “이를 통해 미국의 부담을 덜고, 한국의 자주적 방위 역량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공급 허용 결단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는 “디젤 잠수함의 작전 지속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연료공급이 허용되면 한미 해양 방위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잠수함 건조 등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능력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후속 협의를 이어가자”고 화답했다.
트럼프 “韓은 핵심 동맹…李대통령 백악관 초청”
8년 만의 국빈 방한’…한미동맹 70주년 새 이정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핵심 동맹”으로 평가하며, “한반도 전쟁 상태를 바로잡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다시 백악관에 초청하고 싶다”며 양국 간 지속적인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 상호 편리한 시기를 찾아 방문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2017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의 국빈 방문이다. 경주 정상회담은 경제·안보·산업이 결합된 ‘포괄적 전략동맹 2.0’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정상 특별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있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두 정상은 만찬장에서 건배하며 “실용과 신뢰의 동맹”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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