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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을 허용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전에 충분히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우리가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디젤 잠수함의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과 중국 잠수함 추적에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연료 공급이 가능하다면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장을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해역을 방어하고, 미군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미 지지해주신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부문에서도 실질적 협의가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미관계는 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자체 방위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한민국의 방위비 지출은 북한 1년 GDP의 1.4배에 달한다”며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원과 증액을 확실히 해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제 협력과 관련해선 “대미 투자와 구매 확대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겠다”며 “특히 조선 분야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조선 분야에서 세계 1위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한국은 조선업의 대가이며, 함께 조선소를 복원해 짧은 기간 안에 최고로 올라설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필라델피아 조선소 등 여러 곳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선박 건조는 필수 산업으로, 미국이 다시 조선의 선두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놓인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양국 사이에 남은 구름이 있지만 조만간 걷힐 것”이라며 신속한 타결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취임 9개월 만에 전 세계 8곳의 분쟁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며 “그 위대한 역량이 한반도에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큰 업적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 수용하지 못해 회담이 불발됐지만, 면담 요청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것이 한반도의 거대한 평화 물결의 씨앗이 되길 기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Peacemaker)’라면, 나는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시간을 맞추지 못했을 뿐이며, 인내가 필요하다”며 “한반도에서 여전히 전쟁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당신과 당신의 팀,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북미 대화 재개의 뜻을 재확인했다.
한편,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당초 일정보다 지연돼 오후 2시 39분 시작, 약 87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핵잠수함 연료 문제와 원자력 협정 개정 등 안보 이슈를 전면에 꺼내 든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 협력과 제조업 부흥, 관세 협상 조기 타결 의지를 내비치며 ‘안보-경제 패키지 딜’ 구상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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