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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포용 고용·지역 균형·돌봄 투자’를 골자로 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산 여파로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고, 인구 위기가 곧 경제·사회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며 “지금의 경고등은 국가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한국국제경제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연세대학교 경제학과 BK21 교육연구단은 29일 여의도 금투센터 불스홀에서 ‘한국경제 신성장동력’ 세미나를 공동 개최하고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세미나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홍 교수는 전통적 정규직·남성·중년 중심의 고용 구조가 이미 변곡점을 지났다고 평가했다. “여성, 고령자, 외국인 등 비정형 근로자가 노동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포용하는 고용 전략이 성장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근로시간·고용형태·직무 전환을 유연하게 설계하고, 재교육·전직 지원과 같은 ‘일-학습 순환’ 인프라를 표준정책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공간 전략도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인구 불균형은 지역의 산업·교육·생활 인프라 격차와 맞물려 악순환을 만든다”며 “산업과 인재가 모이는 지역거점 도시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살아볼 만한 주거·일자리·교육·돌봄’ 패키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거점·배후권 연계 교통과 원격의료·원격교육 같은 디지털 기반 공공서비스를 묶어 지역 정주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대응의 핵심으로는 ‘돌봄 자본주의’를 제시했다. 홍 교수는 “아이와 노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은 비용이 아니라 성장자본”이라며 “보육·노인돌봄·장기요양을 인프라로 간주하고, 민간 혁신이 들어올 수 있는 제도 설계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가사·돌봄 서비스 산업을 정규 시장으로 끌어올리고, 데이터·표준화·품질관리 체계를 갖춰 생산성과 일자리 질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추진 방식은 부처 칸막이를 넘는 통합 거버넌스를 주문했다. 그는 “인구 문제는 경제, 재정, 복지, 노동, 과학기술을 가르는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며 “재정지출과 규제 설계를 한 테이블에서 조정하는 ‘원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자리·주거·돌봄·교육을 묶은 패키지 정책을 지역 단위에서 실행하도록 권한과 재원을 분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는 선택이 아닌 조건”이라며 “포용적 고용 재설계, 지역거점 중심의 균형 발전, 돌봄 인프라의 전략적 투자,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거버넌스 혁신이 한국 경제의 다음 성장 경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을 더 할 것인가’가 아니라 ‘함께 되게 만드는 방식’”이라며 “정책 목표와 수단을 생활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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