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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서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6년 만의 트럼프 방한’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한미동맹의 새로운 진화를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8월 워싱턴DC 회담 이후 두 달 만으로 한·미 관계의 결속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의를 포함한 확장 오찬회담을 통해 방위비 분담·원자력 협정 개정·대미 투자 확대·조선 협력 등 을 포괄하는 전략적 의제를 논의하며 양국 관계의 ‘현대화된 동맹’ 비전을 함께 그렸다.
이날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의 방위비 산업 지원이나 방위비 증액을 확실히 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 중이지만 미국과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발전해왔다”며 “이제는 동맹을 현대화하고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한국의 방위비 지출은 북한의 1년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달하며, 군사력 평가에서도 세계 5위로 인정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이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응하면서 한국의 방위산업 자립 강화를 병행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민감한 핵추진잠수함 연료공급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의 추적에 제약이 있다”며 “핵연료 공급을 허용하면 한국이 자체 기술로 재래식 무장을 탑재한 잠수함을 건조해 미군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무기를 탑재하려는 것이 아니라 방어용 전력 증강 차원”임을 명확히 하면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문에서도 협의 진척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미완으로 남은 ‘원자력동맹 재정립 구상’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경제 협력 의제에서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그는 “대한민국도 대미 투자와 구매 확대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고 조선 분야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이 한국 경제에도,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미동맹을 실질화하고 심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께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는 구호처럼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진행 중인 한·미 관세 협상의 긴장 완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대미 투자를 통한 ‘상호보완형 경제동맹’ 구상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한반도 전쟁 상태, 바로잡기 위한 일 탐색”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반도는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임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을 잘 알고 있고 매우 잘 지낸다. 이번에는 일정이 맞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만남을 추진하겠다”며 ‘트럼프식 북미 대화 복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대통령)과 당신의 팀이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데 열심히 일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함께 노력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길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제안만으로도 한반도에 평화의 온기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록 이번에는 회담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또 하나의 씨앗이 되어 한반도에 거대한 평화의 물결을 일으킬 것”이라며 “대통령님의 진심 어린 노력이 반드시 결실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최고 영예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신라 천마총 금관을 본뜬 모형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히 감사하다. 소중히 간직하겠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번 훈장은 미국 대통령에게 수여된 첫 사례로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헌신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금관 모형은 신라의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한미동맹의 황금기를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훈장의 방향을 직접 정면으로 돌리며 미소를 보였다. 두 정상은 박물관을 함께 돌며 신라 금관을 관람하고, ‘트럼프 굿즈’ 전시를 함께 둘러보며 환담했다.
APEC CEO 서밋서 ‘조선·무역동맹’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렫체(APEC) 최고경영자 (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한국은 미국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맹”이라며 “조선업 협력은 양국의 새로운 번영을 여는 열쇠”라고 말했다. 그는 “한화오션이 투자한 미국 필리조선소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선소가 될 것”이라며 “한국과 함께 번창하는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진핑 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모두에게 좋은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이것은 한국에도 좋은 일이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만드는 길”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32분쯤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해 예정보다 한 시간 늦은 입국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공항에서 예포 21발이 발포되고 미국 대선 유세의 상징곡인 ‘YMCA’가 연주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 강경화 주미대사,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 등이 영접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주먹 제스처로 화답했다. 이후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경주로 이동했으며 리무진 ‘더 비스트’를 이용해 APEC CEO 서밋 행사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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