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고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별로 나뉘어 운용되던 퇴직연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통합해 전문 운용기관이 관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용 효율성과 수익률 제고가 핵심 목표다. 현재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제도 도입 시 근로자 대표 참여와 운용 투명성 확보, 공공성과 수익성 간 균형 문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고용노동부는 회사와 별도로 수탁법인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통합 관리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수탁법인 책임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 등 11명은 지난 16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현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일반 기업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제도 출범 이후 올해까지 연평균 약 7%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근로자에게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제공해왔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 단위로도 기금형 퇴직연금 참여가 가능하도록 범위를 넓히면서 중소기업에 제공되던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근로자 퇴직연금의 실질 수익률을 높이고 제도 전반을 활성화하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은 DB형(확정급여형)이 가장 일반적이다. DB형은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되고 기업이 적립금을 운용한다. 계약형 퇴직연금인 DC형(확정기여형)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DC형은 적립금은 확정하되 운용성과에 따라 수령액이 달라진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규약에 따라 별도의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하고 독립된 수탁법인을 통해 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구조다. 기존 제도의 분산·비효율적인 운용 문제를 개선하고 장기적인 안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9%(49조3000억 원)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DB형이 214조6000억 원, DC형이 118조4000억 원, 개인형 퇴직연금이 98조7000억 원이었다. 운용 방식별로는 원리금보장형이 82.6%(356조5000억 원)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31%였다. 2021년 2.00%에서 2024년 4.77%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원리금보장형 중심 구조로 인해 수익률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9.96%로 집계돼 투자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는 2014년과 2016년, 2019년 등 올해까지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금융권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금융권은 기금형이 도입될 경우 기존 금융기관의 역할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기금형 퇴직연금 추진 자문단’을 출범시키며 제도 설계에 착수했다. 노동부는 “기금형 제도의 성공을 위해선 수탁법인의 충실의무 이행과 독립적 지배구조, 위험 관리·감독 체계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퇴직연금의 기금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장기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며 “2030년까지 가입률이 30%p 오르고 적립금은 약 4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계약형 중심의 구조를 기금형으로 전환하고 가입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으로 정부와 국회의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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