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 목적의 과도한 건설투자를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한국은행은 ‘일본과 중국의 건설투자 장기 부진의 경험과 시사점’에서 한국보다 앞서 건설투자 침체를 겪은 일본·중국의 사례를 통해 경기 부양을 위한 과도한 건설투자는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경우 버블경제 붕괴 이후에도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 부문에 대한 공공투자를 지속했다. 그 결과 정부와 가계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경기 부진이 장기화됐다. 정부는 공공투자 집행으로 재정이 악화돼 다른 정책을 펼칠 여력이 부족했고, 가계는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에 따라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면서 소비가 위축됐다.
김보희·이준호 등 한은 연구진은 공공투자가 내수 진작과 고용 대책에만 치중했으며, 실제 경기 부양 효과도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이권도 얽혀 투자 효율성 역시 떨어졌다. 일본의 건설업 부진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0년까지 이어졌으며, 현재는 인구 감소로 인해 당시 구축한 인프라의 유지·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투자를 경기 부양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고 과잉 투자 우려가 커지자 2020년 이후 부동산 개발기업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등 규제 정책을 펼쳤다. 이후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화되자 2022년부터 수요·공급 완화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부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중국 정부가 사회 갈등 우려와 일본의 실패 경험을 의식해 ‘급격한 침체만 막는’ 소극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지방정부 재정의 주요 수입원인 토지 매각 수입이 급감하며 지방 재정에 부담이 가중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프라 투자도 여전히 3선 도시에 집중되는 등 비효율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진은 “경기 부양 목적의 건설투자에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가계와 정부의 부채가 누증돼 경기 회복력이 약화되고 건설투자의 장기 부진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경제가 성숙 단계에 들어서고 인구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때 인공지능(AI) 확산과 기후변화 대응 등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건설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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