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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캄보디아에서 감금·폭행 끝에 숨진 한국 청년의 비극적인 사건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SNS와 구인 사이트에는 여전히 ‘해외 고수익 알바’라는 달콤한 문구가 넘쳐나고, 그 뒤엔 감금·폭행·고문으로 이어지는 국제 범죄 조직이 도사리고 있다.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캄보디아 등지에서 납치·감금 피해를 당한 한국인은 2023년 17건에서 2025년 현재 300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숫자조차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조직들은 치밀하다. 무경력 가능, 숙식 제공으로 접근해 항공권까지 챙겨주며 신뢰를 쌓는다. 하지만 도착과 동시에 여권과 휴대폰을 빼앗기고, 불법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투자 사이트, 대포통장 운영 등 각종 사이버 범죄에 강제로 투입한다. 탈출을 시도하면 폭행과 고문, 심지어 살해까지 이어진다. 이른바 ‘사이버 노예 캠프’가 동남아 여러 지역에서 한국인을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젊은이들은 이런 위험한 유혹에 빠질까. 단순히 돈 욕심이나 판단 미숙으로 치부하기엔 사회적 요인이 너무 크다.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청년 실업률, 급등한 주거비와 생활비는 많은 청년을 절벽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한 번의 기회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유혹은 청년들의 냉정한 판단을 삼켜버린다.
정보 비대칭도 큰 문제다. 정부의 공식 해외 취업 정보망은 한정적이고, SNS에는 검증되지 않은 사기성 제안이 난무한다. 외국에서의 위법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또 국가의 보호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충분히 교육받은 청년도 드물다.
정부의 대응도 늦고 허술하다. 일부 피해자는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현지 경찰에 신고하라는 답만 받았다. 외교 공관의 인력과 권한은 한정적이고, 국제 공조 수사망은 여전히 느슨하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미비해, 불법 구인 광고가 버젓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결국 청년 개인이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공신력 있는 해외 일자리 인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식 검증을 거친 일자리만 등록되고, 근로계약이나 비자, 임금 조건 등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에 앞서, 학교와 지역 청년센터에서 해외 취업 사기 예방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실제 피해 사례, 구조 요청 절차, 브로커의 언어 패턴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실전형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덫의 트랩인 인터넷 플랫폼의 책임 강화가 절실하다. 텔레그램·SNS·구인 앱에서 고위험 게시물 탐지와 신고 시스템을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법은 경제적·사회적 구조 안에 있다. 청년이 절망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기회가 공정하게 열려 있는 사회만이 이런 유혹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한 번의 기회로 인생 역전이라는 신기루가 통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가 건강해야 하고 성실한 청년에게 현실적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고수익 알바 모집 중’이라는 글을 클릭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클릭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아니라, 감금과 폭력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이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개인의 경계심을 넘어 사회 전체의 경계망이 작동해야 한다. 청년을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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