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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2025년도 국정감사도 절망감만 안겨줬다. 왜일까. 수준 이하여서다. 13일부터 3주간 일정으로 진행돼 막바지에 이른 이재명정부의 첫 국감에선 곳곳에서 파행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조롱에 욕설까지 난무하면서 ‘막장 국회’ 그 자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단 하루도 고성과 막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들여다보자. “조롱당할 만하니까 조롱하는 거예요” “비열하기 짝이 없군요” 고성에 삿대질, 원색적 비난이 오간 뒤 “어디가 아프신 것 아니에요? 병원 한번 가 보세요.”
과방위에선 여야 의원 간 욕설 문자를 놓고 공방이 붙었다. “‘이 찌질한 XX야’ 라고 문자가 왔어요. 그래서 제가 거기다 뭐라고 답을 했냐. ‘이 창의력 없는 인간아, 인간 대 인간으로 옥상으로 올라 와’ 라고 대응했어요.”
피감기관을 앞에 두고 욕설 문자의 진위를 가리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어디 이뿐인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주장하며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인쇄물로 근거 없는 음모론을 설파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정 운영 점검이란 본래의 취지 대신 정쟁과 파행만 남은 국감이기에 ‘국감 무용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아니, 여야 불문 정치 혐오만 커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존재감 부각을 우선시해 국회의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의 본령에 대한 망각이다.
국회는 입법 기능 외에 국가정책 전반에 관해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갖는다. 1988년에 부활한 국감이 대표적이다. 헌법과 국감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국정’의 개념은 ‘의회의 입법 작용뿐만 아니라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국가작용 전반’을 뜻한다.
국감은 정부를 상대로 한 국회의 감시활동이라는 점에서 여야는 초당적 입장에서 긴밀한 공조를 통해 민의의 전당으로서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야당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매몰되고, 여당은 정부를 감싸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될 일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헌법적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만 선량(選良)으로서 권위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존경받는 지도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춘추시대를 산 공자와 계강자 사이의 문답을 들어보자. 계강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백성들이 나를 따르고 충성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당신이 백성들을 대할 때 믿음직스럽게 하면 자연히 공경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당신의 부모에게 효도하고 아랫사람에게 자비를 베풀면 백성들은 충성할 것입니다(臨之以壯則敬 孝慈則忠).”
그렇다. 정치를 잘한다는 것은 상식에 충실하는 일이다. 대외적으로는 신뢰를 주고, 안으로는 화목 가정을 이루는 데서 출발한다. 세상사 이치가 이러함에도 우리의 정치인들은 역진(逆進)이다.
이러니 나랏일을 살펴보는 ‘정책 국감’은 온데간데없다. 의원들은 사전에 철저한 자료준비와 현황 파악을 해야 한다. 민심이 향하는 곳을 직시하고 살펴 국정 방향타를 제대로 잡아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이 돼야 한다. 민심을 얻는 지름길이다.
국감은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의 사전 검증부터 철저히 해야 하지만 의원들은 관심 밖이다. 공공기관의 정책수행이나 예산집행을 살펴보기보다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한방주의’에 관심이 많다.
오죽하면 현역의원 시절 국감 스타 의원 중 한 명이었던 박용진 전 의원이 올해 국감 상황을 개탄하며 “유튜브 쇼츠 하나 건지려고 그렇게 막 악을 쓰고 쇼를 하고 하시는 분들은 언론이 보도하지 마시라”고 당부하고 나섰겠는가.
국감이 정치 공방에 파묻힌다면 국가적 손실이다. 차제에 상시국감 등 국감 개선에 나서야 한다. 국정 전반을 한 번에 몰아서 감사하는 현행 국감 제도를 개선해 연중 상임위별로 캘린더 식으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상시 국감을 하고, 사안에 따라 국정조사나 청문회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치와 사정을 살펴 정치제도를 만들어야 한다(度理思情制政儀). 제도를 만들고 명분이 바로 서면 백성이 스스로 살아간다(立法成名民自治).” 춘추시대 명재상 관중의 충고는 오늘에도 울림이 크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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