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간 공공조달시장 납품 과정에서 외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표시해 납품한 금액이 34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 과정의 구조적 허점이 위반이 반복되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9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공공조달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 건수는 56건이며 금액은 3400억 원 규모다.
올해는 중국산 탐조등 파우치 9만8900개(1억8000만 원 상당)를 국산으로 표시한 사례가 적발됐다. 2023년에는 외국산 근무복 12만 점(31억 원), 2022년에는 중국산 액정 모니터 1만1000점(22억 원), 2021년에는 외국산 소방용 랜턴 3784개(11억 원)가 국산으로 둔갑해 납품됐다. 이보다 앞서 베트남산 근무복 30만 점(186억 원)이 국산으로 위장된 사례도 있었다.
공공조달은 조달청 주관 입찰을 통해 계약이 진행된다. 그러나 실제 납품 과정은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생산지와 최종 납품 단계의 원산지 정보가 단절되고 납품업체는 입찰 서류에 국산으로 표기한 뒤 외국산 제품을 납품했다.
관세청과 조달청은 계약 단계에서 서류 검증을 중심으로 원산지를 확인하고 있다. 반면 실물 검증은 납품 후 점검이나 제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발 사례 상당수가 사후 점검에서 확인됐다. 입찰 단계에서 실물 검증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원산지 조작이 반복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공공조달시장은 연간 수십조 원 규모에 이른다. 외국산 제품이 국산으로 표시돼 납품될 경우 국내 제조업체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외국산의 낮은 단가로 인해 입찰 기준가가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의 참여 기회가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정부 제재는 과징금 부과, 계약 해지, 입찰 참가 제한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제재 기간이 짧고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일부 업체는 일정 기간 후 다시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위반에 대한 제재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납품 구조를 제도 개선의 핵심 사안으로 보고 있다. 박성훈 의원은 “공공조달시장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장으로 부정 납품을 방지할 상시 검증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달청과 관세청은 입찰 단계 원산지 검증 비율을 높이고 하청 및 유통 단계를 추적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 도입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재위반 업체에 대한 입찰 자격 장기 제한과 실물 검증 절차 강화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정치권은 이번 사안을 공공조달 제도의 신뢰 문제와 중소기업 보호와 연계해 다루고 있다. 원산지 위반이 지속될 경우 산업 경쟁력과 시장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 개편 논의는 정기국회와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공공조달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주요 구매 창구다. 적발 금액이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납품 구조 관리 강화와 제재 실효성 확보가 정책 논의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원산지 위반이 반복되는 만큼 입찰 단계의 제도적 보완이 향후 논의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