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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및 관세협상에 합의하면서, 정치권이 국회 비준 절차를 두고 본격적인 논의에 30일 들어갔다. 협상 결과를 ‘경제·안보 동맹의 진전’으로 평가하는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막대한 재정 부담을 수반한 협상”이라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이번 협상은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나머지를 채권 및 신용 보증 형태로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투자 한도는 연 200억 달러로 설정됐고 미국의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됐다.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항공기 부품은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됐다.
30일 민주당은 이번 합의를 “환율 안정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한 성과”로 평가했다. 국회 차원의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오랜 시간 치밀하게 준비하고 성실히 협상한 결과”라며 “외환시장의 안정과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대미 금융투자 구조를 안정적으로 설계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했고, 원금 보존이 가능한 사업에 투자하도록 다층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부품 관세를 15%로 낮춘 것은 산업의 숨통을 틔운 결정”이라며 “쌀과 소고기 등 민감 품목을 지키면서도 검역 협력 체계를 강화해 먹거리 주권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 합의가 한미동맹의 ‘확장적 진화’라는 점에도 주목한다. 김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서 군사적·외교적 신뢰가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꿈이었던 핵추진 잠수함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실질적인 자주국방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글로벌 7대 기업이 한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을 거론하며 “한국이 기술·데이터 중심 국가로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국회 비준 절차 불가피…헌법 60조 1항이 근거
관세 협상은 헌법 제60조 제1항이 규정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해당해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해석된다. 여야 모두 이 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번 협상의 결과는 국회의 비준 동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지난달 대정부질문에서 “최종 협상 결론이 나는 시점에 재정적 부담이 발생한다면 국회 동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국민 부담이 수반되는 내용은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비준 절차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별법 제정 등 다른 방식의 후속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특별법으로 처리할지, 국회 비준 형태로 할지를 논의하자고 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초청해 협상 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현금 투자 과도…외환시장 충격 가능성 커”
개혁신당 “FTA 체제 해체 아쉬워…재정 부담 검증해야”
국민의힘은 “정부가 협상 성과만 부각시키고 재정 부담과 위험 요소를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당초 정부는 현금 투자가 5% 미만이라고 설명했는데, 실제 결과는 2000억 달러(약 284조 원)에 달한다”며 “외환보유액을 줄이지 않고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 200억 달러 투자 한도 역시 우리 정책금융기관의 외화표시채권(KP) 발행 능력을 감안하면 한계치에 가깝다”며 “외환보유액을 소진하지 않고서는 환율 안정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관세 협상이 불확실성 해소라는 성과를 냈지만, 한·미 FTA 체제를 대체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투자 부담이 일본의 14%에 비해 한국은 20% 수준으로 과중하다”며 “10년에 걸친 장기 투자 약속은 미래 정부의 정책 재량권을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관세율 15% 조정으로 인한 연간 수출 감소 규모가 18조 원에 달한다는 산업자원통상부 추산이 있다”며 “수익 배분 구조가 5대 5라지만 이는 원금 회수 이전까지의 조건이며 실제 수익률과 회수 시점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향후 국회 비준 여부가 ‘합의문 팩트시트(Fact Sheet)’와 ‘MOU(양해각서)’의 구체적 내용 공개에 달려 있다고 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통상분야 MOU는 세부 내용이 거의 마무리됐으며 안보 분야와 함께 2~3일 내에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비준 절차를 거쳐 합의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 대변인은 “국회가 초당적으로 후속조치를 뒷받침해야 하며, 야당도 국익을 위한 협조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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