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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처가 ‘로봇개’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증빙서류 일부를 의도적으로 마스킹 처리해, 특정 업체와 계약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꾸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계약의 상대방은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시계를 선물한 사업가의 회사였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은 28일 “대통령경호처가 수의계약 내부 결재 과정에서 ‘총판 권한 제한’을 지운 채 결재를 올린 정황이 있다”며 “이는 사실상 (주)드론돔에 특혜를 주기 위한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계약은 2022년 8월, 대통령경호처가 드론돔과 체결한 ‘로봇개 임차 수의계약’이다. 드론돔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서성빈 씨는 같은 시기 김건희 여사에게 고급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 제품을 선물한 인물로, 이번 계약이 ‘시계 대가성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경호처는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관련 서류의 마스킹 여부와 계약 과정의 적법성, 그리고 ‘행안부 산하기관’ 문구 삭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단순한 절차상 착오를 넘어 ‘대통령실 직속기관의 문서 조작’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로봇장비 계약을 넘어, 대통령실과 민간사업자 간 유착 의혹, 그리고 김 여사와 관련된 특혜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고스트로보틱스 한국법인 두고 왜 드론돔과 계약했나”
당시 경호처는 수의계약 체결 사유서에서 “다른 회사의 로봇개는 가스총이나 그물총 등의 임무장비를 탑재할 수 없어 고스트로보틱스 제품이 유일하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스트로보틱스의 한국법인과 직접 계약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호처는 2022년 6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를 시험 운용한 바 있고, 고스트로보틱스 한국법인과 드론돔이 총판 파트너 계약을 맺은 시점은 7월1일이었다. 즉, 시험운용 당시엔 한국법인과 직접 접촉해놓고도, 정작 계약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총판업체인 드론돔과 체결한 것이다.
특히 권 의원은 경호처가 결재 과정에서 첨부한 증빙서류 중 일부가 ‘검은색 매직펜’으로 지워져 있었다고 폭로했다. 해당 부분에는 “파트너는 제품 및 서비스를 행안부 및 산하기관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드론돔은 행안부 및 그 산하기관에 한해 판매권을 가진 업체였고, 대통령경호처는 행안부 소속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계약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경호처는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해당 문구를 마스킹한 채 결재를 진행한 셈이다.
권 의원은 “명백한 서류 조작이자 특혜성 계약”이라며 “12억 원 규모의 본계약이 예정돼 있었던 만큼, 시계 선물의 대가성 의혹이 더욱 짙다”고 말했다.
“로봇개 홍보, 윗선 개입 정황까지 밝혀야”
권 의원은 또 “당시 중소벤처기업부가 경호처와 비슷한 시기에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를 국가행사에 두 차례나 섭외했다”며 “전 세계 홍보 효과를 누리게 한 배경과 지시 라인이 동일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봇개 섭외를 지시한 윗선이 누구였는지, 그리고 김건희 여사에게 시계를 선물한 사업가가 왜 청와대 경호사업에까지 진출했는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이 과정을 규명하지 않으면 ‘바쉐론 시계’ 특혜 의혹은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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