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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이 1년 넘게 설계 방향을 확정하지 못한 채 지연되면서 산업계와 연구 현장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사업 지연의 원인은 기술보다 행정 절차와 의사결정 구조에 집중되고 있다.
28일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우주항공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주청은 사업 계획 변경을 결정한 뒤 17차례 회의와 6개월간 6차례 외부 자문을 진행했으나 설계 방향을 확정하지 못했다. 초기 설계안이 목표에 부합하지 않아 지난해 7월 계획 변경이 이뤄졌지만 추진 속도는 나아지지 않았다.
차세대발사체 사업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이후 달 전이궤도에 1.8t급 달 착륙선을 보내기 위해 추진되는 국가 우주개발 사업이다. 2023년 7월 착수했으나 설계안 미비로 같은 해 7월 사업 계획이 변경됐다. 이후 여러 차례 회의와 자문이 이어졌지만 설계 방향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주청은 올해 2월 메탄엔진 기반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기로 했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청한 특정평가가 불발됐다. 현재 기획재정부 적정성 재검토가 진행 중이며 지난 9월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문가 다수는 이미 사업 전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5월 우주청이 국내 3대 학회 소속 전문가 2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7.4%가 사업 재검토 필요성에 동의했다. 저비용 우주 수송 체계 필요 응답은 93%, 추진 전략 변경 필요 응답은 82.7%에 달했다.
지연은 예산 집행과 연구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4년 예산 1101억 원 중 352억 원(32%)만 집행돼 연구 수당 지급 기준(80%)을 충족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연구자 수당 19억 원이 지급되지 않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비도 보류된 상태다.
산업계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주관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730억 원 규모 엔진 부품 계약이 ‘재사용 검토 중’으로 중단됐고 설비 가동과 인력 유지에도 차질이 생겼다. 5월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설비가 한 번 멈추면 재가동이 어렵다고 우려를 밝혔다.
정치권은 원인을 우주청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찾고 있다. 최 의원은 “우주청 자문 체계가 국가우주위원회, 사업추진위원회, 실무위원회, 외부전문검토, 기획자문위원회 등 5중으로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민간위원이 여러 회의에 중복 참석한 정황도 확인됐다.
우주청은 출범 당시 NASA 모델을 표방했으나 외부 자문 의존도가 높아 결론 도출이 지연되고 있다. 유럽우주국의 합의 구조로 아리안 6 발사체 개발이 10년 이상 지연된 사례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 의원은 이번 사업 지연을 행정 리더십 문제로 지적하며 정부의 조속한 결정을 요구했다. 정치권은 이 사업이 국가 우주개발 일정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우주항공청의 의사결정 체계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차세대발사체 사업의 향방은 기재부 적정성 재검토와 우주청의 최종 결정 시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행정 절차가 길어질수록 산업계와 연구 현장의 공백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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