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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본격 펼쳐진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른바 슈퍼 위크다. 미국·중국·일본 등 20개 국가 정상급 인사들이 한국에 총결집하며 다자 외교가 시작된다. 공식 개막 이틀 전인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30일에는 미·중 정상이 만난다. 다음 달 1일에는 첫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양자 회담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액의 구성 방안 등 관세 협상이 최대 의제다. 이번 APEC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관세 협상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가 도출될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역시 국빈 방한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한·중 정상회담은 APEC 정상회의 폐막 직후인 다음 달 1일 오후 경주에서 열린다. 11년 만에 중국 정상의 국빈 방문으로 한·중 관계를 복원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의 첫 한·일 정상회담도 추진되고, 캐나다 등 다른 회원국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도 APEC 기간 이어진다.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는 미국 측이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진 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만남 성사 여부다. 새로운 동향은 아직 없다고 하지만 그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구현자(Peacemaker‧피스 메이커), 이 대통령이 평화조력자(Pacemaker‧페이스 메이커)가 되길 바란다.
실용 노선을 표방한 이재명정부의 외교·안보 분야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구호보다 미국 관세 협상에서 국익을 생각하는 타결 시도와 우호 증진 효과를 기반으로 외교력을 집중하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2025년 6월4일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외교 분야와 관련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그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 안보 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과의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용을 강조한 것은 전임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가치 외교(values-based diplomacy)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자유·인권·법치 등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외교’를 핵심 기조로 제시했다. 그리고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가 외교부의 슬로건이었다.
문제는 미국 등 서방세계가 주도하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진작부터 흔들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민주주의‧인권‧법치‧시장경제‧자유무역 등과 같은 자유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시스템이다. 다보스 어젠다로 불리던 이러한 국제질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제일주의(MAGA)를 내세운 트럼프행정부 2기 출범을 계기로 결정적으로 흔들렸다.
그런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 속에서 윤석열정부는 불행하게도 미국 일국에 편중하는 외교정책을 폈다. 북한 핵에 대한 억지력 확보가 중요한 어젠다였다. 그러나 미국에 올인(all-in)한 외교정책은 기회비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는 최저점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등을 고려해 이재명정부가 경주 APEC을 기회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성과를 크게 거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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