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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선이 고도(古都) 경주로 향하고 있다.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27일 막을 올리며, 한반도가 글로벌 외교의 중심 무대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본회의를 주재하는 이번 APEC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시에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미·중 정상이 같은 시기 한 나라를 국빈 방문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는 27~28일 최종고위관리회의(CSOM)를 시작으로, 29~30일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 31일~11월 1일 정상회의 본회의 순으로 이어진다. 올해 APEC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이다. 의장국인 한국 정부는 인공지능(AI) 협력,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 예정이다.
본회의는 두 차례 세션으로 진행된다. 31일 열리는 1세션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에서는 무역·투자 확대 및 역내 공급망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11월1일 2세션 ‘미래의 변화에 준비된 아시아태평양 비전’에서는 AI 발전과 인구 구조 변화 대응·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주요 의제가 된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경주 선언(Gyeongju Declaration)’을 공식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KBS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 준비해온 선언문이 합의될 수 있도록 회원국들과 막바지 조율 중”이라며 “자유무역질서 복원과 디지털 전환 협력 의지를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시진핑 ‘연쇄 외교전’… 한반도에 쏠린 세계의 눈
일본 다카이치 총리 첫 방한… 한일 관계 복원 신호탄 되나
이번 APEC 주간은 ‘외교 슈퍼위크’로 불릴 만하다. 29일에는 한미 정상회담, 30일에는 미중 정상회담, 11월1일에는 한중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린다. 가장 먼저 열릴 한미 정상회담(29일, 부산)의 핵심 의제는 관세 협상과 안보 패키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개월간 교착 상태에 있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관련 관세 조정안을 최종 조율할 전망이다.
다음 날인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 취임 이후 첫 미중 정상 대면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AI 통제, 에너지 안보, 남중국해 문제 등 세계 경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어 11월1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양 정상은 교착된 한중 관계 복원, 2단계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재개, 반도체·AI 기술협력 등 포괄적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시 주석에게 차기 APEC 의장국 자격을 공식 인계하며 정상회의를 마무리한다.
이번 APEC 기간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도 추진된다. 두 정상은 미래지향적 협력 방안과 함께 과거사, 안보 협력 등 민감한 사안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는 원칙을 견지하되 실용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세계 CEO 1700명 집결… ‘AI 경제 협력’의 장 열려
정상회의와 병행해 28~31일 열리는‘APEC CEO 서밋’은 글로벌 경제 리더들의 향연이다. 행사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경주 화랑마을, 예술의전당, 엑스포대공원 일원에서 진행된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 구글 사이먼 칸 부사장, 아마존웹서비스 맷 가먼 CEO, 네이버 최수연 CEO, 두나무 오경석 CEO 등이 참석한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차 정의선 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개막식에 특별 연사로 나서며,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도 APEC CEO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31일에는 젠슨 황 CEO가 ‘AI와 미래 경제’를 주제로 특별세션을 진행하며 한국 반도체 CEO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경주 일대는 이미 최고 수준의 경호 체제에 돌입했다. 경찰은 하루 최대 1만8000명을 투입해 APEC 회의장과 주요 숙소가 위치한 보문단지 일대를 전면 통제 중이다. 드론 무력화 장비, 특공대 장갑차, 헬기 등이 투입돼 24시간 합동 경계작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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