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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8일부터 이틀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리는 유라시안 안보회의에 참석한다. 방러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벨라루스로 향한 것으로, 북한 외교가 명확히‘북·러 협력 강화’방향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는 40여 개국 외무장관과 국제기구 대표 7곳이 참석하며, 주요 인사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씨야트로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포함됐다.
북한은 앞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외무성의 초청으로 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6일부터 28일까지 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라브로프 장관과 광범위한 쌍무 및 국제 현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러는 지난해 11월 ‘공식방문’보다 격이 낮은 ‘실무방문’ 형태지만, 양국 외무장관이 석 달 만에 다시 대면한다는 점에서 북러 관계의 긴밀한 공조가 드러난다.
러시아 주북 대사관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대사가 평양국제공항에서 최 외무상을 직접 배웅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신문 역시 27일자 2면에서 “최선희 외무상이 전용기로 평양을 떠났다”고 보도하며, 북한의 외교 무게 중심이 러시아로 옮겨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행보는 러시아-북한-벨라루스의 ‘반(反)서방 안보협력 축’이 더욱 공고해지는 흐름으로 읽힌다. 특히 최 외무상이 미·중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29~30일) 직전에 유럽 안보 블록 국가들을 방문한 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보다는 러시아를 매개로 한 다극외교 노선을 선택했음을 시사한다.
벨라루스 외무부는 이번 회의가 “유라시아 안보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자 포럼”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참석은 단순한 외교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의 대북 제재 강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확대 등 국제 정세 속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전략적 자산을 러시아와 벨라루스 같은 비서방 진영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그가 연락한다면 (DMZ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며 “지난번에도 인터넷으로 공개했더니 김 위원장이 바로 응했다. 나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라 할 수 있다”며 “나는 그들이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발언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보다 실용적 접근을 시사한 것으로,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외교적 유인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선희 외무상이 북러·벨라루스 순방길에 오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김정은과의 ‘깜짝 회동’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북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자력갱생의 위력을 더 높이 떨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주민들에게 “당의 의도를 이유와 구실 없이 완벽히 관철하라”고 촉구했다. 2면에는 최선희의 방러 소식을, 3면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대표단의 우의탑 참배 기사를, 6면에는 일본의 잠수함 진수와 미사일 생산을 비난하는 논평을 실었다.
현재 북한 외무 수장이 유럽권 안보회의에 참석 중이고, 김정은 위원장이 별다른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는 점에서 트럼프 방한 중 북미 정상 간 접촉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려 있다”는 발언과 통일부의 “기회는 존재한다”는 입장이 맞물리며, 판문점 재회 가능성은 여전히 한반도 외교의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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