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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경주의 한 아연 가공업체에서 하청노동자 3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업 현장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실질적인 예방 효과가 크지 않으며 기업이 형식적인 안전관리 체계만 강화할 뿐 현장 근로자의 안전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7일 경찰과 고용노동부(고용부),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은 경북 경주시 안강읍 두류공업지역에 위치한 아연 제조공장 사망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사망한 근로자의 사망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난 26일 '중대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하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당국은 유독가스 유입 경위와 안전관리 절차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조사 중이며 사고 경위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사고는 지난 25일 오전 11시 30분경 발생했다. 노동자 4명이 지하 수조에서 암모니아 저감 설비 배관 작업을 하던 중 질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후 휴식을 취하던 노동자 1명이 보이지 않자 동료 3명이 수조 안으로 들어갔고 모두 돌아오지 않자 관리감독자가 내부를 확인해 쓰러져 있던 4명을 발견했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3명은 끝내 숨졌고 중태였던 1명은 현재 의식을 회복 중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게 검출된 점에 주목해 질식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주말 동안 직접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을 지휘하며 “가스 농도 측정과 환기, 감시인 배치 등 밀폐공간 작업 전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는 기초 안전수칙을 어기거나 유사 사고가 반복되는 경우 압수수색과 구속 등 강제수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중처법 시행 3년째에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부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산업재해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기준 산업재해 사망자는 542명으로 전년 동기(522명)보다 20명(3.8%) 증가했다. 사고 사망자는 건설업(100명·45.7%)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5~49인 사업장(83명·37.9%)과 60세 이상 근로자(101명·46.1%)에서도 높았다. 주요 재해 유형은 추락(77명·33.3%), 교통사고(32명·14.6%), 끼임(21명·9.6%), 물체에 맞음(16명·7.3%) 순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 소속 이동영 입법조사관의 ‘2025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 후 사망자 수는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 2024년 2098명이다. 시행 전인 2021년 사망자 수는 2080명으로 시행 첫해인 2022년보다 143명 낮은 수치를 보였다. 중처법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2021년 1월 26일 국회를 통과해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실제로 최고경영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중처법 위반 사건 보고 건수는 2986건이다. 이 중 고용부 수사가 1252건(내사종결 186건), 검찰 송치 276건(불기소 28건), 검찰 기소 121건, 법원 재판 53건(1심 53건·2심 15건·3심 1건)으로 최종 확정 공표된 사건은 15건에 불과하다.
고용부는 수사 지연과 검찰 처리 장기화로 인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신속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1분기 산업재해 관련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높은 무죄율과 집행유예율, 낮은 유죄 형량 및 벌금액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급·용역·위탁 관계를 맺은 경우 원청기업이 처벌을 받는 사례도 확인됐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향후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안전보건 역량이 부족한 영세사업장에 산업안전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며 “연말까지 감독·점검과 순회지도를 강화하고 재정·인력·기술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안전부와 지방정부, 법무부·검찰·경찰 등과 협력해 예방 시스템을 강화하고 중대재해 사건은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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