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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청년이 납치됐다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범죄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외 범죄 소식이 아니다.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왜 한국의 젊은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동남아시아로 향하고 있는가를 되묻는 사회적 경고음이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지에서 불법 구금과 인신매매, 강제노동에 휘말린 한국인 피해자들의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캄보디아의 치안 불안’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들이 왜 ‘그곳’에서 일자리를 찾게 되었는지 그 선택의 배경을 직시해야 한다.
‘해외 고수익 알바’나 ‘코인 투자 관련 리서치’라는 미끼로 시작된 이른바 ‘캄보디아 취업사기’는 이미 구조적인 문제를 품고 있었다. 현지에선 대부분 사기 조직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에 동원되며, 탈출이 불가능한 감금 상태에 놓인다. 그러나 피해자 상당수는 출국 전부터 이 위험성을 몰랐던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답이 없다”고 말하며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 경제활동 분석’에 따르면 20~30대 청년의 체감실업률은 20%를 웃돈다. 단순히 공식적인 실업자뿐 아니라 불안정한 단기근로자·플랫폼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훨씬 높다. 취업은커녕 '일할 기회'조차 찾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어디든 가야 한다’는 절박함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경쟁과 좌절을 몸으로 경험한 세대다. ‘스펙’과 ‘정규직’으로 줄 세워지는 구조에서 밀려난 청년들은 유튜브, SNS를 통해 ‘해외 고수익 알바’라는 탈출구를 발견한다. 현지의 위험한 환경보다 한국에서의 정체된 삶이 더 큰 두려움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결국 그들을 비행기에 태운 것은 ‘돈’이 아니라 ‘절망’이다.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피상적이다. 외교부는 “신속한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는 원론적 발표에 그쳤고 경찰은 “해외 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년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불평등, 취업 시장의 협소함, 청년 빈곤 문제는 방치돼 있다. 그들의 출국을 막을 게 아니라, ‘떠날 이유’를 없애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
캄보디아의 범죄조직을 비판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질문은 “왜 우리의 청년이 그곳에 있었는가”이다. 이번 사건으로 분노한 일부 여론은 ‘군을 보내서라도 구출해야 한다’는 감정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캄보디아에 갇힌 것은 청년들의 몸만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그들을 심리적으로도 가두고 있다. 취업이 곧 생존인 사회, 일하지 않으면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청년들을 위험으로 밀어 넣고 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캄보디아의 범죄’가 아니라 ‘한국의 절망’이다. 해외로 떠난 청년 한 명 한 명이 사실은 한국의 구조적 실패를 증언하고 있다. 그들의 선택은 무모함이 아니라 생존 본능이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위험한 곳에 왜 갔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질문은 잘못됐다. “왜 이들은 그토록 절박했는가”가 먼저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또 다른 청년이 또 다른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청년을 지키는 것은 구호나 군사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절망 대신 가능성을 택할 수 있는 일자리와 제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구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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