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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2004년 저자가 교직을 내려놓고 강원도 산골로 귀촌한 후, 아들이 키우던 러시안 블루 고양이 한 마리를 맡아 함께 살게 되면서 시작된다.
고양이 이름인 ‘미르’는 러시아 말로 ‘평화(Мир)’다. 처음에는 도도하고 차갑게 굴던 미르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지붕 위에 살던 생쥐를 잡아 왔다고 으스대기도 하고 저자의 무릎 위에 올라앉으며 재롱도 부린다.
미르는 밥때와 놀 때, 잠자리를 구분할 뿐 아니라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가족의 일원으로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반려묘로 성장한다. 이름처럼 저자의 일상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저자는 블로그에 ‘미르 일기’라는 이름으로 고양이의 일상을 기록했는데 그것이 이번 책의 씨앗이 되었다.
저자에게 미르는 단순한 반려묘가 아니다. 때로는 어릴 적 잃은 누이의 환생으로, 때로는 ‘빵’과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그 앞에 나타난다.
책은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흘러간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산골 풍경, 멧새와 야생동물, 그리고 고양이 미르의 일상이 시처럼 이어진다. 그 속에는 ‘환경’ ‘문명’ ‘자유’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도 스며 있다.
그래서 책은 단순히 반려동물 일기의 차원을 넘어 삶의 보편적 질문을 담은 동화로 읽힌다.
책에 실린 10여 장의 일러스트는 AI(인공지능)의 작품이다. 저자와 가족이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챗GPT를 이용해 이미지를 생성했다. 현실과 상상을 잇는 그림들이 책의 분위기를 한층 동화적으로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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