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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야 간의 치열한 '예산전쟁'이 예고됐다. 정부가 올해보다 8% 증가한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한 가운데 이른바 ‘이재명표 사업’ 등을 두고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했듯 이재명정부 첫 예산인 만큼 정부 사업 기조를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래 성장을 견인할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정부 예산안을 확실하게 통과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윤석열정부에서 대폭 삭감됐던 연구·개발(R&D) 예산 확보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R&D 예산은 이번 정부안에서 역대 최대 폭인 19.3% 인상된 바 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예산 심사 과정에서 대대적 삭감을 목표로 집중 검증에 나서고 있다. 내년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약 110조 원으로 역대 최대라는 점을 들어 이번 예산을 ‘빚잔치 예산’으로 규정하고, 민생 회복 소비 쿠폰 등 현금성 사업을 중심으로 한 포퓰리즘성 지출을 문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핵심 공약과 내년 지방선거 연계 의혹 사업들이 삭감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이른바 ‘이재명표 사업’으로 불리는 국민성장펀드와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예산은 삭감 대상 1순위로 꼽힌다. 기본소득 시범 사업 등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 관련 사업들도 ‘선심성 예산’으로 규정해 삭감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선 대미 투자 약속(3500억 달러) 조달 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투자에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이 동원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금출처·리스크 관리 방안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이처럼 여야는 예산안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정부는 건전 재정을 기초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국가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걱정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이미 1300조 원을 넘어섰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도 2015년 34%에서 올해 더 뛸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월 발간한 ‘재정 점검 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올해 말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54.5%로 전망했다. 2029년에는 58%에 이른다는 관측이다. 상당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안이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현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내놓고 123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소요 예산이 210조 원인데 세입 확충(94조 원)과 지출 절감(116조 원)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공약 이행과 경기 부양 등으로 씀씀이가 불어나는 현실이기에 회의적 전망이 작지 않다.
국회는 불요불급한 예산은 없는지, 꼭 필요한 예산이 빠진 것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살피길 바란다. 정부 예산이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는 마중물이 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이 돼야 한다. 국회의 예산안심의확정권은 입법권과 함께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다. 예산안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한다. 이를 끝으로 정기국회가 마무리되고 사실상 올해 국회도 막을 내리게 된다. 정쟁과 반대를 위한 반대로 예산 심의가 파행되지 않도록 국회의 명예를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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