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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레깅스 신화’를 썼던 젝스믹스의 성장세가 꺾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폭발적인 수요를 등에 업고 급성장했던 레깅스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주가가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되며 애슬레저(운동복+일상복)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젝스믹스 올해 상반기 매출은 745억 원으로 전년 동기(763억 원) 대비 2.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5억 원으로 전년(123억 원) 대비 39% 급감했다. 실적 부진의 여파로 주가도 1년 전 8450원에서 4745원으로 44% 가까이 하락했다.
재고자산은 775억 원에서 792억 원으로 소폭 늘며 재고 부담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판매 속도가 줄어든 반면, 신제품 출시와 할인 이벤트를 위한 재고가 누적되면서 자금 유동성에도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에디트(Edit)에 따르면 레깅스가 전체 운동복 바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6.9%에서 올해 38.7%로 8%p 이상 감소했다. 트렌드 변화가 핵심 요인이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요가복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주가가 400달러를 돌파했지만 최근 16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60% 가까이 급락했다. 실적 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룰루레몬은 2024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했지만 북미 시장 매출이 3% 감소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잃었다.
애슬레저 열풍이 코로나 이후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식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재택근무와 홈트레이닝이 줄고 외출·출근이 일상화되면서 레깅스 중심의 수요가 빠르게 감소했다. 대신 ‘데일리 웨어’ 시장이 커지며 SPA 브랜드들이 편안한 핏의 요가팬츠·슬랙스 라인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는 SNS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는 “딱 달라붙는 레깅스보단 헐렁한 바지에 몸매를 숨기는 게 더 매력적”이라는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
패션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전략 수정에 나섰다. 젝스믹스는 최근 레깅스 중심의 라인업을 줄이고 골프·러닝·일상복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룰루레몬 역시 남성복과 신발, 여행복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시도 중이다.
전문가들은 레깅스 산업의 위축이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레깅스는 코로나 특수로 인한 일시적 버블을 경험한 시장”이라며 “소비자 트렌드가 ‘패션 기능복’에서 ‘실용 일상복’으로 바뀌면서 관련 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스판덱스, 나일론 등 레깅스 주요 원단을 생산하는 국내 섬유업체들의 영업이익률도 하락세다. 효성티앤씨, 태광산업 등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스판덱스 수출 단가가 지난해보다 약 20%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젝스믹스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맞춰 일상과 스포츠를 넘나드는 웨어러블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존 레깅스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해 글로벌 스포츠·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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