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정부의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방침을 놓고 여당이 제동을 걸면서 세제 개편 논의가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인 가운데, ‘6·27 대출 규제’와 ‘10·15 전면 규제’로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거래는 끊기고, 전세 매물은 절반 이하로 줄었으며,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책 피로’와 ‘정치 변수’ 사이에서 방황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거래는 멈췄고, 전세는 오르며, 세제 개편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26일 연합뉴스 등 복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취득세·보유세·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를 전면 재정비하는 중장기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를 공개 시사하자, 여당 지도부가 “후속 세제 개편은 검토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내 출마 예정자들을 중심으로 “보유세 인상은 표심 자극 요인”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던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등도 진통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상속세 공제 확대(일괄공제 5억→8억, 배우자공제 5억→10억)는 연내 추진 가능성이 높지만, 여당 내에서는 ‘부자 감세’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이후 자본시장 과세 원칙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립대 김우철 교수는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조세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며 “금융·부동산 세제는 거래 위축이 아닌 형평성 회복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15일 발표된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지역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시장은 사실상 정지 상태에 들어섰다. 전날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대책 시행 후 열흘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64건으로 직전 열흘(2679건) 대비 78.9% 급감했다.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무주택자 기준 70%에서 40%로 축소됐고, 고가주택(15억~25억 원)의 대출 한도는 최대 4억 원, 25억 초과는 2억 원으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위축되면서 매물도 10% 이상 감소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0월 16일 7만4044건에서 10일 만에 6만6647건으로 줄었다. 부동산R114 자료에서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규제 시행 직후 0.42%→0.08%로 급락했다. 다만 거래절벽 속 매물 부족으로 “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제는 단기적으로 가수요를 억제하지만, 거래 절벽 속에서 일시적 가격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3~6개월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거래 위축 여파는 전세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2년 전보다 22.8% 감소했다. 특히 서민 거주 비중이 높은 △노원(-55.1%) △중랑(-54.6%) △도봉(-51.8%) △금천(-51.3%) 등 외곽지역은 절반 이상 줄었다. 경기도의 전세 매물은 같은 기간 44.6% 감소했다.
수원시 장안구의 경우 2년 새 전세 매물이 982건에서 278건으로 71.7% 급감했다. 이 지역 화서역파크푸르지오 전용 107㎡는 최근 보증금 8억3000만 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월세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수원SK스카이뷰 전용 122㎡는 보증금 7000만 원에 월세 230만 원으로 계약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우리은행 남혁우 부동산연구원은 “갭투자 차단과 대출규제 병행으로 전세 공급이 줄면서 임대인이 월세로 전환하는 구조”라며 “전월세 가격 불안이 불가피하다”고 언론에 지적했다.
서민의 마지막 보루였던 정책대출도 급감했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버팀목·디딤돌 대출 실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조9554억 원(33.2%) 감소했다. 버팀목 대출은 작년 3분기 6조 원에서 올해 2조8000억 원으로, 디딤돌 대출은 7조7000억 원에서 4조7000억 원으로 각각 줄었다.
정부를 믿고 청년 버팀목 대출로 전세를 얻었는데, 기한 연장을 거절로 인해 강제 월세 전환 당하는 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국은행 등에서 ‘정책대출이 주택시장 과열을 유발한다’는 분석을 내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금융논리가 주거정책을 압도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10·15대책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7만7000 가구에서 21만 가구로 24%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 역시 4만2000가구에서 2만8000천 가구로 줄어든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연내 ‘서울 지역별 공급 지도’를 발표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여당 내부의 반대와 주민 반발로 진척은 더디다.
건국대 박합수 겸임교수는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수요 억제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중소형 아파트 중심의 실질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