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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통해 “2026년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산업화·정보화에 이은 ‘AI 대전환’을 선언한 것이자 취임 이후 두 번째 시정연설, 새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 예산안 연설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약 22분 동안 진행된 연설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28차례 언급하며 AI를 미래 국가전략의 핵심축으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국제 무역질서의 재편과 인공지능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 있다”며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는 시대다. 변화를 선도해야 무한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도 총 지출을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 원으로 편성했다며 “이번 예산은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의 고속도로를 깔 때”라며 “AI 시대에 선도국가로 도약해 백년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10조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3조300억 원) 대비 세 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산업·공공·생활 전 분야에 AI를 도입하고 인재 양성 및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 원을 배정한다. 정부는 향후 5년간 6조 원을 들여 로봇, 반도체, 조선, 자동차, 팩토리 등 핵심 산업의 ‘피지컬 AI’ 전환을 추진하고 AI 기반 지역혁신 거점을 전국에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인공지능 경쟁력의 핵심인 GPU(그래픽처리장치)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5000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AI 인재 양성 규모는 1만1000명으로 확대된다. 그는 “엔비디아에서 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한 만큼 민간기업의 GPU 확보도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9.3% 확대됐다. 향후 5년간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첨단 전략산업과 AI, 콘텐츠, 방위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AI 시대에는 문화의 힘 또한 경쟁력”이라며 K콘텐츠 펀드 출자액 2000억 원 증액, 청년 창작자 지원, K푸드·K뷰티 수출지원 확대도 약속했다.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8.2% 늘어난 66조3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그는 “재래식 무기체계를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최첨단 체계로 개편하고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히 전환하겠다”며 “북한 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지출하는 대한민국이 여전히 외부 의존에 머무는 것은 국민의 자존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지와 지역 균형발전도 강화된다. 이 대통령은 “시대 변화의 그늘에 놓인 취약계층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폭인 6.51% 인상하고 발달장애인 활동지원 확대와 어르신 일자리 115만 개 확충을 예고했다.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집중 완화를 목표로 ‘지방우대 재정원칙’을 도입하고 비수도권에 아동수당·노인일자리 등 7개 복지사업을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청년미래적금 제도를 신설해 저소득 청년이 저축할 경우 정부가 최대 12%를 매칭 적립하겠다”며 청년 자산 형성 지원 의지를 밝혔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아동수당 지급연령을 만 8세까지 확대하고 임기 내 12세까지 늘릴 계획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최근의 외교성과도 언급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을 타결해 자동차·반도체 분야의 불확실성을 줄였고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이 실용과 상생의 길로 복원하기로 합의했다”며 “70조 원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며 금융안정 기반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조은석 특검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정치보복’이라 규정하며 보이콧을 선언해 야당 석이 비어 있었다. 이 대통령은 연설 초반 “좀 허전하군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내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주요 대목마다 30차례 이상 박수가 터졌고 연설이 끝난 뒤에도 이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본회의장을 나섰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비록 여야 간 입장 차이는 있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며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시킨 국민의 저력으로 위대한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시대의 문을 활짝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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