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소득 국가가 발전하는 모델은 무엇일까요? 저소득 국가는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교육을 통해 노동력의 질을 높이고, 수출할 수 있는 항만, 공항, 도로, 철도, 생활기반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을 늘리는 겁니다. 그리고 선진국의 자본과 결합하여 값싼 제조업 공장이 물건을 만들어내 효과적으로 수출하면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발전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본이, 그 다음은 한국과 대만이, 그리고 지금은 중국이 그랬죠. 그러나 어느정도 한계에 다다르면 더 이상 자본을 더 넣어도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자본을 투입해도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미 기업은 설비를 다 갖추었고 노동자도 생산성이 매우 높아서 기계를 세 대, 네 대 더 놓아도 더 이상 생산량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이미 국가에서는 항만, 발전소, 도로, 철도 등등 사회기반시설은 다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자본만 더 넣는다고 생산성이 더 높아지지는 않죠.
그래서 이쯤되면 투입된 자본 대비 효율성이 높아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때는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확실히 느려지죠. 지금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뿐 아니라 한국, 대만, 중국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 한 국가에서만 경제성장이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경제성장이 느려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성장이고 저성장으로 인해 물가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디플레이션 시대에 성장을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유럽연합(EU)은 지구 기후변화를 통해 성장을 만들려는 것 같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아젠다를 선점하고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쪽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탄소국경세를 만들어서 탄소를 많이 쓰는 중국이 EU에 수출하는 것을 막으려는 거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시 빅테크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혁신과 중국의 성장을 죽이면서 성장을 만들어내려 했으나 바이든은 EU를 따라 탄소중립과 중국의 고립을 통해 성장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프라 딜을 통해 노후화된 사회기반시설 등을 친환경 인프라로 만들면서 성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은 FAANG이나 테슬라와 같은 혁신기업과 기업가가 있습니다.
한국, 일본, 대만 등은 미국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저성장 저물가라는 기본적인 기조를 바꿀만한 생산성 향상과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성장 저물가는 부작용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8년 금융위기입니다.
미국의 투자은행은 기업의 저성장이 장기화되자 과거처럼 돈 벌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혁신기업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먹거나 IPO, M&A등을 통해 돈을 벌기 힘든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자신들이 직접 나서기로 했습니다. 첨단 금융기법으로 CDO(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유동화 증권)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이 다 저성장, 저물가의 폐해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세계경기를 살렸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바로 부의 양극화가 더 심해진 거죠. 연준의 통화정책은 돈을 빌려주는 것이지 돈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나 기업은 애초에 돈이 많은 부자나 기업입니다. 이들은 싼 이자로 돈을 빌려 부동산, 주식에 투자했고 자산소득은 어마어마하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주식, 부동산은 물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물가는 올라가지 않고 이들은 자산만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이 올라가자 서민들의 월세 부담이 늘었고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죠.
2020년 코로나 위기가 터지자 연준은 다시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부동산, 주식 등 자산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은 벼락거지가 되었습니다. 뒤늦게 뛰어든 서민들은 자산이 많지 않아 주식, 부동산이 아닌 코인판에 뛰어 들었다가 쓴맛을 봤습니다. 오히려 벼락거지보다 더 못한 삶이 되었죠. 이번 양적완화와 저금리로 서민과 부자의 자산 차이는 더 많이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벌어지는 일은 무엇인가요? 능력이 없거나 가난한 사람은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능력 있거나 부자만이 결혼을 합니다. 모자란 인력은 외국인을 쓰거나 기계로 대체합니다. 군인도 용병을 쓸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로마가 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부의 양극화입니다. 로마의 군인은 시민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용병보다 애국심이 강합니다. 애국심이 강하다는 것은 나라를 위해 외적과 맞서 싸운다는 뜻이죠. 그러나 로마의 말기로 갈수록 로마의 시민군은 줄어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로마의 시민군으로 전투를 참가하다 전사하면 시민이 가지고 있던 땅을 로마의 귀족이 가로챘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귀족은 날이 갈수록 거대한 땅을 갖게 되었고 시민들은 땅을 빼앗기고 소작농이 되거나 노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로마의 군인은 시민군에서 용병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로마의 국력이 쇠하자 결국 476년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서로마제국은 멸망 당합니다.
저성장과 양극화가 심해지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려면 세계를 아우르는 혁신 기업과 기업가가 필요합니다. 아니면 개인적으로 그런 기업에 투자라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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