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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생중계로 국정 전반에 대한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송곳 질문으로 국정 전반을 챙기는 모습이 명쾌하고 시원했다. 다만 의료정책을 논할 때 과학적 근거가 아닌 감정적 호소에 정책을 논하는 모습이 아쉬웠다.
의료 정책은 과학의 근거와 논리가 맞아떨어지는 합의점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의료는 점점 정치의 언어로 소비되고 있다. 탈모 비만 난임 이 세 단어는 이제 질환이나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여론의 메시지로 변화되고 있다.
대통령 발언 이후 탈모 관련주가 급등하고 비만 치료제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포장됐다. 난임은 국가 존립의 문제로 소환돼 한의사와 의사의 갈등의 문제로 다시 수면위로 올랐다.
탈모와 비만, 중요한 치료가 맞고 삶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도 맞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았을 때도 경제적 가치성 또한 충분하다. 다만 근거 수준과는 무관하게 정책은 감정의 무게와 비례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료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탈모는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개인의 삶의 질에는 분명한 영향을 준다. 비만은 만성질환이자 합병증의 출발점이다. 이들의 영역에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래서 이미 이와 관련된 정책이 존재한다.
기존 정책의 틀은 이렇다. 유전적 탈모 고도 비만일 경우 국민의 기본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급여 적용이 된다.
그런데 이번 업무 회의에서는 이 틀을 넘어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도록 올려야 한다는 것. 문제는 사회적 의료적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에 재정이 사용되면 실질적으로 생명이 오고 가는 과학적 근거에 밀리게 된다.
생명은 대통령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인기 정책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정책 메시지가 시장을 흔드는 장면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특정 키워드가 언급되는 순간 관련 기업 주가는 급등하고 산업은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다. 그러나 그 뒤에 실제 제도 개선이나 재정 투입, 규제 정비가 따라오지 않으면 남는 것은 변동성과 실망뿐이다. 의료 정책이 단기적 신호로 소비될수록 산업은 왜곡되고 환자는 혼란에 빠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선택과 집중의 부재다. 탈모, 비만, 난임을 모두 끌어안겠다는 선언은 그럴듯하지만 재정과 인력은 한정돼 있다. 결국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도 사회적 관심이 높다는 이유로 밀어주는 것도 모두 위험하다. 의료정책은 인기투표가 아니다. 과학적 근거 질병 부담, 사회적 비용, 산업 파급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와 만성질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감정 중심의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책이 감정을 따라 움직이는 순간 의료는 정치가 되고 과학은 뒷전으로 밀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발언의 강도가 아니라 정책의 밀도다. 한 문장의 메시지가 아니라 한 장의 설계도다. 탈모·비만을 둘러싼 논의가 더 이상 주가 그래프나 여론 반응으로 평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탈모와 비만 치료제를 질병 치료제로 분류하면서도 공적보험 급여 대상에서는 원칙적으로 제외해야 한다. 두 질병을 질병으로 인정하면 안 된 다가 아니다. 공적 의료보험이 개입해야 할 우선순위와 재정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의료정책은 감정을 위로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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