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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통일교 특검’을 놓고 주춤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특검 수사 범위를 ‘정교유착’ 의혹 전반에 맞추며 전선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초 통일교와 민주당 인사들 간 금품수수 의혹을 집중 겨냥했던 국민의힘에서 당혹감이 역력하다.
또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 뇌물 수수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나경원 의원의 통일교 천정궁 방문 의혹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등 국민의힘 입장에선 악재가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통일교로부터 지난 대선 과정은 물론 당 전당대회와 시·도당 운영에 이르기까지 각종 지원과 스폰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법을 즉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지체 없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법원행정처에 특검 후보 추천권을 주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실상 통일교 특검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민주당은 판단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특검으로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자행된 국민의힘의 쪼개기 정치 후원금 수수 의혹과 민원 청탁 의혹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의힘이 통일교 특검법을 패스트트랙 하자며, 패스트트랙을 운운하고 있다”며 “패스트트랙은 사실은 슬로우 트랙이다. 국회법상 최장 330일까지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는 꼼수 전략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에서 3자 추천을 거론하면서 법원행정처가 특검 후보자 2명 모두를 추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지금 뭐 하자는 건가. 사법부가 특검 추천권을 독점한다면 그런 특검을 뭐 하려고 하나”라며 일갈했다.
민주당은 특검 후보 추천권을 사법부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대신 사법부를 제외한 제3자에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25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외부의 전문기관들인 변협(대한변호사협회)이라든지 법학자회의라든지 시민단체 이런 쪽에 추천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의힘의 ‘패스트트랙’ 주장과 관련해서는 “패스트트랙이 사실상 최장 330일 정도 걸리는 매우 오래 걸리는 사안”이라며 “과연 국민의힘이 이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특검 후보 추천권과 관련 “지금 방안을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 확정된 것은 없기 때문에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논의(제3자 추천권)도 하고 있는 걸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야당이 주장한 법원행정처 제3자 추천안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은 사법 불신의 근원”이라며 “야당에서 주장하는 법원행정처에서 2명을 추천하고 그중에 1명을 임명한다면 어느 국민이 믿겠나. 말도 안 되는 법안”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특검의 본질을 흐리고 쟁점을 인위적으로 산개시키고 있다며 역공을 펼쳤다. 오히려 민주당이 특검의 조건과 범위를 확대하는 등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에 대해 제3자 추천이 필요하다는 야당의 합리적 제안에도 ‘셀프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돌연 특검 대상에 신천지를 끼워 넣자며 쟁점을 흐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심지어 오늘(24일)은 나경원 의원의 천정궁 방문 여부까지 거론하며 수사 대상도 아닌 야당 인사의 이름을 특검 논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에 합의할 생각이 없으면서 ‘침대축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5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여론에 밀려 통일교 특검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특검의 추천 방식에 대해서 소위 말해서 합리적이지 않은 방안을 주장하면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특검 수사대상을 ‘신천지’ 의혹까지 확대하자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철저한 물타기 의혹”이라고 일축했다. 신천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금품 수수 의혹 등이 없는 상태에서 수사하자는 것은 ‘통일교 특검’의 본질흐리기라는 주장이다.
강 의원은 특검 추천 방식과 관련해선 “통일교 특검에서 밝혀야 될 것이 여야 의원들, 또 여야의 여러 정치인들이 관련돼 있다. 그렇다면 그 관련된 여야를 빼고 나면 제3자 추천 방식이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도 야당도 관련이 없는 그러니까 여당의 입장에서는 민변이나 이런 단체가 아닌 제3자여야 되는데 그것이 국민의힘이 말하는 대법원이라든지 이런 추천 방식을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여당 입장에서는 이런 추천 방식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특히 통일교 특검이 추진된 배경인 민중기 특검의 여당 봐주기, 이런 부분을 또 특검에서 제외하자고 한다”며 “특검을 하겠다는 것을 받아들여 놓고 실제는 할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대표 역시 이날 “통일교 특검은 반드시 관철시켜야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특검 추천권과 관련 “이번 주 안에 (민주당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통일교 특검과 관련해 ‘패스트트랙 지정’ ‘법원행정처에 특검 추천권 부여’ 등 민주당이 받을 수 없는 안을 주장하는 것은 특검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24일 채널A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서 “오히려 우리가 통일교 특검을 받겠다고 하니까 국민의힘이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갑자기 무슨 뜻이지? 이렇게 어안 벙벙한 표정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저희는 개별 전·현직 의원들이 자기들은 금품 부정적으로 받은 바 없다고 확고하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라며 “정작 국민의힘이야말로 조직적으로 당원 가입을 해서 전당대회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통일교,신천지 특검하면 이재명 정부가 곤경에 처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전 시장은 25일 SNS를 통해 “유사 종교집단이 정계에 잠입해서 당내 경선을 좌지우지한 것은 2021년 7월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들어올 때 신천지 10만 1000원짜리 책당가입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유사 종교집단의 몰표로 경선판을 뒤집어 본 윤석열 경선 총괄위원장이었던 권성동 의원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교도 끌어들여 자신이 직접 당대표 선거에 나가려고 했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에 통일교,신천지 특검을 하면 국민의힘은 정당해산 사유가 하나 더 추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끝난 전재수 의원 하나 잡을려고 시작한 국힘의 단견(短見)이 결국 역공당하는 자승자박이 될 뿐”이라며 “기왕에 여야가 특검에 합의했으니 이번 기회에 반헌법적인 유사 종교집단의 정치 관여를 뿌리째 뽑아 한국 정치판을 정화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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