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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내우외환 위기를 맞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인용에 따른 대선 정국에서 정치적 불안정성은 한국 경제에 대한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의 관세 강화로 한국산 자동차·반도체 등 대미 수출 감소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저하와 함께 경제 불황이 예고되기도 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증가하면서 원자재 가격 폭등, 급격한 환율 인상에 따른 고금리로 기업이 이윤 창출과 고용 증대는커녕 생존 자체를 걱정할 정도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제의 주춧돌이 돼 왔던 수출마저 자동차·철강·유화 등 주력업종의 경쟁력 약화로 돌아서고 있다. 경제에 대한 복합 위기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6.3 대선 당내 경선에 후보로 나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포퓰리즘에 빠져 국가 경제를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이 후보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는 물론이고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상법 개정안에 담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더 센 상법’ 개정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의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괴담’ 수준이어서 참으로 딱하다.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했던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경영 활동이 회사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을 위한 것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중장기적 설비투자를 위한 정상적인 의사결정까지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은 미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여기에다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며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러므로 추진 자체를 하지 않는 게 마땅하다.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가로막아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많은 기업이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릴 게 우려된다. 행동주의펀드들의 과도한 배당 요구, 경영 개입, 단기적 이익 추구 행위 등이 빈번해질 게 불 보듯 훤하다. 이는 기업 경쟁력 훼손과 함께 증시의 밸류 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다. 결국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집중투표제의 폐해도 우려된다. 집중투표제란 회사가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선임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받아 이를 특정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또는 여러 후보에게 분산해 행사할 수 있는 투표 방식이다. 1주당 여러 표를 얻어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고, 여러 후보에게 분산해 투표할 수도 있다.
집중투표제는 가치중립적인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소수 주주를 보호하는 가치편향적인 방식으로 회사 지배력에 대한 지배주주 측의 상당한 상실 감수를 전제로 만들어진 제도임을 고려할 때 이를 강행 규정화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객관적인 규제형평성을 상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수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상 다양한 권한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적정한 균형이 요구되며, 회사에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다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일정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게 온당하다. 그런데 이를 역행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 입장이다.
지금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일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야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고용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때이다. 그런데 이 후보가 이처럼 기업인을 옥죄는 얼토당토않은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선에서 소액 주주 표심을 노린 속셈이라 하겠다.
재계의 거센 반발에도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개미(개인) 투자자’ 표심을 공략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친(親)기업 정책 기조를 내세웠던 이재명 후보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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