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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여권의 ‘사법부 흔들기’에 맞서 21일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대규모 장외투쟁에 나선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신설과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 등 사법부 압박 공세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제1야당이 원내 대응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해 사실상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18일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YTN 인터뷰에서 “이번 주에 대구에서 장외투쟁을 하는 걸로 결정됐다”며 “지도부는 앞으로 계속 이어가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시작하는 이번 규탄대회는 사법부 흔들기를 중단하라는 제1야당의 우려를 분명히 전달하는 자리”라며 “민주당과 대통령으로부터 반드시 사법부 흔들기를 멈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어게인 등 광장 세력과 함께하는 것으로 비쳐선 안 된다”며 “그렇게 된다면 장외투쟁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며 야당 말살 수순을 밟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것이 죄인 시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같은 날 안철수·조경태 의원 등 4선 이상 중진들과 회동하며 당내 결집에 나섰다. 권성동 의원 구속, 나경원 의원 중형 구형 등 사법 리스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동요하는 분위기를 추스르려는 행보다.
장 대표는 21일 대구 장외투쟁 배경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고, 추석 이후 대응 전환 가능성도 시사했다. 2주 간격 중진 회동과 상임위별 간담회 추진으로 스킨십을 넓히는 한편, 나경원·정점식·정희용 의원을 각각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 평가혁신 태스크포스(TF)장, 조강특위 위원장에 임명하며 조직 정비와 선거 전략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은 2020년 1월 공직선거법 개정 강행 처리 규탄 집회 이후 5년8개월 만이다. 지도부는 보수의 전통적 기반인 대구에서 첫 집회를 열어 지지층 결집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어 충청권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수도권 대규모 집회로 확산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대응이 아니라 전국 순회 형식의 장기 투쟁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홍석준 전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집권 이후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 내란 3대 특검법 등을 일방 처리하고 법사위 간사 선임조차 가로막으며 소수 야당의 국회 활동을 사실상 봉쇄했다”며 “국민의힘으로서는 국회 안에서 싸울 방법이 거의 없는 만큼 장외투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권의 무능과 폭주,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발언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여론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집회가 ‘윤어게인’ 등 강성 지지층의 극우 성향 피켓으로 변질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도부는 시·도당협에 보낸 공문에서 “규탄대회 성격과 주제에 어긋나는 피켓이나 깃발은 일절 불가하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복권, 부정선거, 혐중 구호 등은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대규모 인파 속에서 통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장 대표는 전날 “이번 집회는 민주당의 독재와 사법부 장악 시도를 규탄하는 자리이지, 윤어게인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홍석준 전 의원도 “아스팔트 운운하는 비판은 좌파가 덧씌우는 프레임에 불과하다”며 “문제는 얼마나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내고 의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치평론가 이동호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대구 장외투쟁은 원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택한 카드”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아스팔트 우파와의 거리두기 선언은 현실적으로 모순일 수밖에 없다”며 “당 차원에서는 ‘윤어게인’이나 ‘부정선거’ 같은 극단적 구호와 선을 긋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보수 유튜브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며 “한동훈의 투쟁 방식이 상대적으로 현실적이며, 지도부가 현장 민심을 외면한 채 여의도 정치에 매몰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장외투쟁을 통해 지지층 결집과 여론전 강화를 동시에 노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각 시·도당은 ‘야당 말살·정치 탄압 실상 교육’을 시작해 당원 동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교계 접점 확대를 통해 보수층 결집에도 나서고 있다. 장 대표가 최근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지도자를 예방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언론에 한 초선 의원은 “수도권에서 누가 윤어게인과 같은 극단적 구호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겠느냐”며 곤혹스러워했고, 한 중진 의원은 “한번 장외로 나가면 다시 돌아올 명분을 찾기 어렵다”며 실언과 역풍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로 21일 대구 집회가 ‘보수 결집’으로 읽힐지, ‘극우 집회’로 비칠지는 지도부의 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다른 여권 인사는 “당협위원장들이 강제 동원을 할텐데, 아무래도 동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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