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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지기 직전,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시인했다. 통화 직후 이루어진 결재 번복과 언론 브리핑 취소 등 일련의 조치는 그동안 ‘VIP 격노설’과 외압 논란의 중심으로 지목돼 왔다. 이 전 장관 측은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이 “군이 걱정된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뿐이었다고 주장했지만, 2분48초간의 통화 직후 발생한 급박한 결정 변경으로 인해 논란은 재점화되고 있다.
2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은 순직해병특검팀(특검 이명현)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것이 맞으며, 당시 대통령은 군을 걱정하는 우려의 말씀을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해당 통화는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54분, ‘02-800-7070’ 번호로 걸려온 것이며, 2분48초간 이뤄졌다. 이는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시발점으로 지목돼 온 번호의 실체가 약 2년 만에 확인된 셈이다.
문제는 통화 이후 이 전 장관의 행보다. 그는 전화를 끊은 직후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연락해 전날 자신이 결재한 경찰 이첩 조치를 보류하라고 지시했고, 국회 및 언론 브리핑도 취소시켰다. 이어 몇 분 뒤에는 임성근 당시 1사단장을 정상 출근시키라는 별도 지시도 내렸다.
이 일련의 과정은 윤 전 대통령이 같은 날 오전 11시경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수석 회의에서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이 전 장관 측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격노’는 없었고 통상적인 업무 통화였으며, 윤 전 대통령이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거나 이첩을 중단하라는 구체적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다수의 관계자 증언과 수사 기록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확인됐다는 정황이 누차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 측은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으나, 당일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의견에 역정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수위를 조절한 입장을 추가로 내놨다. 또한 "해병대 수사단의 최초 보고는 법리에 비춰 명백히 잘못됐으며, 대통령이 검사 출신으로서 이를 바로잡는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격노' 프레임은 과도하고 법률적 평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이 전 장관의 시인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가 ‘행위에 앞선 결정적 계기’였음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며, 채상병 사건에 대한 청와대·국방부 간 수사 외압 구조를 정조준하는 특검 수사에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
특검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 사건과 별개로, 이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의 통화, 이후의 이첩 보류 결정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해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적용 여부를 집중 검토 중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군 내부의 수사 번복 문제가 아니라, 국군통수권자의 발언이 국방부 수뇌부의 수사 방침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안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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