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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에서 최소 18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1만4000여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대피소로 향했으며, 피해 규모는 공공·사유시설 합쳐 4000 건을 넘겼다. 정부는 20일 오후 6시를 기해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3단계를 해제했지만, 21일 오후 1시 기준, 실종자 수색과 재산 피해 복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행정안전부가 이날 오전 발표한 ‘국민안전관리 일일상황보고’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18명, 실종자는 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경남 산청군으로, 산사태로 인해 무려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기도 가평과 충남 서산에서는 각각 2명, 경기 오산·포천과 충남 당진, 광주 북구에서 각각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포천에서는 전 날 오후 7시30분쯤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이동면 영평천 인근에서 발견된 남성 시신이, 같은 날 오후 2시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5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실종자 9명 중 가평과 산청에서 각각 4명씩, 광주 북구에서 1명이 발생했으며, 당국은 구조견과 수색 장비를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임시 대피소의 상황도 열악하다. 충남에서는 68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대부분 고령자들로 구성된 이재민들은 칸막이도 없이 스티로폼 매트에 의지해 잠을 청하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도배와 바닥 말리기, 전기 복구 등 최소한의 생활 복귀 조건도 마련되지 않은 채, 마을회관이나 모텔, 친척집을 전전하고 있다. 한 수해 이재민 등에 따르면 대부분 집은 텅 비었고, 물건은 다 버려야 할 정도로 복구까지 사용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대다수이다.
사망사건도 일어났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20일 새벽, 경기도 가평 조종면 캠핑장에 산사태가 덮쳤다. 글램핑장에 머물던 일가족 세 명 중 아버지는 5km 하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고, 어머니와 아들은 아직 실종 상태다. 폭우로 다리는 끊기고 진입로는 토사에 묻혀 중장비 투입도 어려운 상황.
주민들은 진흙탕 속을 두 시간 걸어 내려왔고, 전기와 통신은 끊겼다. 대피객들은 맨몸으로 물살을 건넜고, 구조대는 밧줄을 붙잡고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참변의 흔적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다.
공공시설 1999건·사유시설 2238건 피해
포천 집중호우 피해 집중·중대본 3단계 해제
지역별 피해도 막대하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698㎜에 달하는 기록적 폭우가 강타한 경남 합천 봉기마을. 마을을 가로지르던 하천이 넘쳐 주택, 상가, 면사무소, 우체국까지 모두 침수됐다. 집 앞 마당까지 밀려든 교량 표지석, 흙탕물에 잠긴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은 물난리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면사무소와 우체국도 진흙더미 속에서 제 기능을 잃었다. 유일한 학교인 가회중학교도 강당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중장비 없이는 손도 못 대요.” 주민들의 한숨 속에 합천군은 전담 공무원과 중장비를 투입해 도로 복구와 피해 조사를 병행 중이다. 마을 전체가 잠시 멈춰 선 지금, 복구는 이제 막 첫 삽을 떴다.
이날 남도일보에 따르면, 전남 나주시 동강면. 사흘간 400㎜ 넘는 폭우에 윤상근 씨의 방울토마토 하우스는 물에 잠기고 곰팡이가 피었다. 스마트팜 설비도 먹통, 작물은 병든 채 썩어가고 있다. 인근 농민들도 침수된 오이·애호박을 지켜보며 망연자실했다. 농로는 잠기고, 기계도 무용지물. “팔고 떠나고 싶다”는 한숨 속에 농민들은 무너진 삶터를 붙잡고 있다.
전국의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 침수·토사 유실·하천 시설 붕괴 등 1999건, 건축물·농경지 침수 등 사유시설 피해는 2238건으로 집계됐다. 경기 포천과 연천 지역에선 하루 만에 평균 139mm, 일부 지역은 254mm의 ‘물 폭탄’이 쏟아졌고, 이로 인해 주택 13채가 침수되고 도로 파손, 산사태, 싱크홀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포천시와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는 이날에도 구조 인력 224명과 장비 30여 대를 투입해 수색과 복구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부터 전북과 경북, 오후부터는 수도권과 강원, 충청권에 비가 다시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남부지방에는 시간당 50mm의 강한 소나기도 예상된다.
정부는 전날 오후 6시를 기해 호우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하고 중대본 3단계를 해제했다. 동시에 ‘범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해 피해 조사 및 복구, 이재민 지원 체계에 돌입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최소 2650여 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복구는 시작일 뿐”이라는 위기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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