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선거철 앞두고 뜨거워진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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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상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21 00:02:30

이번에는 정말일까. 한동안 침체의 늪에 빠졌던 세종시 부동산시장이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에 반응하며 다시 요동치고 있다. 매물은 사라지고 호가는 수천만 원씩 오르며 거래량도 불과 한 달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3월 거래량은 687건으로 1월의 266건 대비 무려 2.6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거래 총액도 3510억 원으로 2.8배 늘었다. 세종시 연동면은 매물이 18.8% 감소했고 다정동(-17.5%)·종촌동(-16.5%) 등도 줄줄이 10% 이상 매물이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정답은 의외로 익숙하다. 바로 정치 바람이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여기에 행정수도 세종 완전 이전론이 다시 고개를 들며 시장에 불을 지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재추진 중이고 대통령 제2 집무실과 국회 세종분원도 조성되고 있다. 더 나아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까지 세종으로 옮기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소식 하나하나가 시장에선 ‘집값이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세종시는 정치 테마주처럼 움직이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2020~21년 국회 이전 호재에 힘입어 전국 1위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이내 거품이 꺼지자 2022~24년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 세종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21년 중반 국민평형(전용면적 85㎡) 기준 9억 원을 넘겼지만 2023년엔 6억 원 초반대로 떨어졌다. 세종시 부동산시장은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 집값이 급등하고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 매물이 쏟아지며 가격이 급락하는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흥미로운 건 정치인들이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매우 잘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자주 활용하는 심리전 중 하나가 바로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다. 이는 협상이나 정보 제공 시 처음 제시한 수치나 이미지가 이후 판단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 작용을 말한다.

예컨대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 가능성이라는 과장된 기대를 먼저 던진 뒤 실제로는 국회 분원 확장이나 일부 행정부 이전이라는 현실적인 안으로 수렴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는 마치 ‘뭔가 얻은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정치인의 목적은 분명하다. 선거 전 기대를 키우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장이 왜곡되고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판단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세종시는 여전히 외지인 비중이 높고 전세가율은 약 45%로 서울(54%)보다 낮아 투자수요가 지배적인 구조다. 또 대전·충남 인접 지역의 입주 물량 부담도 여전하다. 실수요보다는 기대심리로만 움직일 경우 이번 반등 역시 짧은 신기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실수요자라면 주거 인프라 안정기에 접어든 현재의 세종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기 대선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는 정치 테마만을 믿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

정치의 힘은 크다. 그 힘은 사회를 정의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데 쓰여야 한다. 집값이라는 민감한 시장을 흔드는 도구로 남용되어선 안 된다. 모래 위에 지은 집은 결국 무너진다. 집은 오랫동안 살아야 할 곳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임한상 차장대우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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