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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매치’였던 남미 에콰도르 대선에서 다니엘 노보아(37) 대통령이 좌파 루이사 곤살레스(47)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 개표율 92%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추세”임을 들어 노보아 당선을 기정사실화 했다. 국민민주행동(ADN) 소속 노보아 대통령이 55.88%, 시민혁명운동(RC) 곤살레스 후보 득표율 44.12%, 양측 득표수 차가 이미 100만 표 이상이었다.
에콰도르는 전체 유권자 1373만2194명(인구 약 1800만)에 의무투표제를 시행 중인 나라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대선 결선 투표율이 83.76%로 잠정 추산됐다. 2월 1차 투표에서 곤살레스에 불과 0.17%p 앞섰던 노보아였으나 이날 ‘초박빙 승부’를 예상했던 현지 언론들의 관측과 달리 그는 개표 내내 우위를 지켰다. 곤살레스가 승복을 거부하며 재검표 요청을 예고한 상태다.
1차 투표 직후엔 반대로 노보아 측이 ‘너무 적은 득표차’를 문제 삼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2023년 탄핵소추된 기예르모 라소의 자진 하야에 따라 이 나라 역사상 처음 치러진 보궐 대통령선거 때 노보아는 2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한 뒤 곤살레스를 상대로 ‘깜짝 역전극’을 펼쳐 승리했다. 지난 18개월간 전임자 잔여 임기를 채운 노보아 대통령이 5월24일부터 온전한 임기 4년(중임제)을 시작한다.
1987년 11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노보아는 부친인 알바로 노보아(74) 전 의원 지원 아래 18세 때 첫 회사를 차리며 일찍부터 사업가를 지향한 인물이다. 미 하버드대·뉴욕대(스턴경영대학원)·노스웨스턴대(켈로그경영대학원) 등에서 공부했고 남미 지도자 중 드물게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한다. 학력·이력부터 기존 정치인들과 딴판이다.
신예 정치인 노보아는 냉철한 이미지와 단호한 치안·안보 성향으로 마약갱단 폭력에 시달려 온 국민에게 인기를 얻었다. 2021년 총선 때 33살 나이로 당선돼 정계 진출했으며, 2년 후 라소 대통령이 탄핵에 맞서 잔여 임기를 포기하고 의회해산권을 발동한 가운데 몇 개월 후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노보아는 정치 입문 2년 만에 행정부 수반이 돼 전 세계 통틀어 최연소 국가정상 타이틀까지 가지게 됐다.
노보아는 2023년 조기대선 1차 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지지율 2%의 군소 후보였으나 최종토론회에서 판을 뒤집었다. 반전을 이룰 수 있었던 계기가 강력한 치안 관련 공약이었다. 취임 선서 후 첫 내정 업무 지시 역시 10년 전 도입된 ‘불법약물 단속 가이드라인’ 철폐였다. 일정 무게 이하의 마약 소지자에게 형사 처벌 대신 교화를 시도한 원칙을 폐기한 것은 치안 불안의 근본 원인을 마약으로 보며 강경 기조를 천명하기 위해서였다.
2021년 5월 대선을 통해 집권한 금용인 출신 라소는 핑크타이드(좌파 정권의 연쇄 집권)가 대세였던 중남미에서 보기 드물게 집권한 우파 대통령이었지만 임기를 못 채웠다. 개인비리 의혹과 좌·우 진영 갈등, 고질적 경제난, 치안 불안 등에 발목이 잡혔다. 14년 만의 친미·우파 대통령 라소는 조기 하야했으나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정권을 바꾸기보단 노보아에 더 시간을 주기로 결정한 셈이다.
지난 1년여 노보아 대통령은 치안 개선에 집중해 주목받았다. 남미에선 치안이 양호한 편으로 꼽히던 에콰도르였으나, 최근 몇 년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서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되며 갱단의 폭력·테러가 급증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검사 등을 겨냥한 납치·살해 사건이 잇따랐고, 2023년 8월엔 대선 후보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가 피살됐다. 작년 교도소 폭동, 마약 밀매조직 두목 탈옥, 방송국 생방송 중 괴한 난입 등 무법천지였다. 이에 노보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대응한 이래 살인 사건이 2023년 8237건에서 작년 6964건으로 줄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에콰도르 대선 결과 관련해 오랜 세월 누적된 사회 병폐를 두고 노보아 대통령을 비난하기보다 ‘그에게 더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는 유권자들의 공감대를 지적했다. 베로니카 아바드(48) 부통령과 임기 내내 갈등을 빚거나 범죄인 체포를 이유로 멕시코대사관 내 군경 진입을 사실상 지시해 멕시코와 외교 관계를 악화시키는 등 미숙함을 드러냈다고 지적받기도 했으나 일단 그를 더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14년 만의 친미·우파 대통령이 2023년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으나 AND당을 향한 기대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노보아는 첫 임기때부터 자유시장 경제 철학에 기반한 자국 산업 활성화를 주요 공약의 하나로 삼았으며 시장 개방에 적극적이다. “에콰도르를 국제사회에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할 것”이란 공언 아래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에 큰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고 에콰도르 한국대사관이 밝혔다. 노보아 신정부는 한-에콰도르 SECA의 올해 내 발효를 향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해 온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스킨십 강화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보아는 바쁜 유세 도중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미 일정을 잡기도 했다. 친트럼프로 유명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집권 1년 만에 살인적 물가를 잡기 시작하며 성과를 낸 것 또한 노보아 대통령에게 비슷한 기대를 가지게 한 이유의 하나 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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