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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美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해양 지배력 복원에 관한 행정명령(RESTORING AMERICA’S MARITIME DOMINANCE)’을 발표했다. 이는 대(對)중국 해양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며, 2기 트럼프 정부 출범 시기에 화제가 됐던 한국과의 군함 관련 협력 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매우 중요하다.
본 행정명령은 중국의 조선 산업 우위를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중국은 세계 상업용 선박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데 반해, 미국은 1%보다 적다”는 비관적인 현실 인식으로 시작한 이번 행정명령은 △민간 선박 군사화△해양 관련 인력 보조금 지원△조선 산업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하며, 특히 우리는 여기에 ‘동맹국 조선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장려 방안’이 제시된 데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여기에는 중국 ‘크레인’ 수입에 대한 직접 제재 방안이 포함돼, 이번 행정명령의 목적이 중국 견제를 위한 것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의 ‘친중’ 논란이 향후 한미 해양 산업 협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그 자리를 일본이 꿰찰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양 지배력(Maritime Dominance)’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바다는 지하자원의 본산이며, 침략 전쟁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길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패권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을 꺾어야 하며, 침략 전쟁도 그 중 하나의 방법이다. 중국은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서 반드시 태평양 또는 대서양을 건너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태평양 진출을 위한 대만 점령·대서양 진출을 위한 일대일로 전략을 이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중국 해양 궐기에 대응하기 위한 본 명령은 먼저 ‘멀쩡한 예비용 선박들(robust inactive reserve fleet)’이 언제든 ‘군사 동원(mobilization)’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투자·관리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는 정박된 선박들을 언제든 유사 시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급한대로 퇴역 선박들을 ‘긁어모으는’ 응급 처방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는 해양 관련 기술자들에게 유학 비용(scholarship)을 지원하고, 동맹국의 전문가들에게도 투자해 미국 내의 교육기관에서 강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명령했다. 해양 교육 전문가 파견을 위해 가장 주목받는 국가가 바로 한국과 일본이다. 왜냐하면 양 국은 질적·양적으로 우수한 전통적인 조선 강국이기 때문으로, 결국 조선 분야의 대미 협력에서도 한·일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한미 간 협상 분위기는 좋았다. 지난해 11월7일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유지보수 분야에서도 긴밀한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협력의 실례로서 그 직후인 12일 한화오션은 美 해군 7함대 급유함 ‘유콘(USNS YUKON)’의 정기수리 사업을 수주했음을 밝혔다.
이러한 협력을 더 강화하는 조치로서 이번 행정명령에서는 두 섹션(section)에 걸쳐 동맹국 조선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고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한국 기업과 정부가 미국의 해양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순간이 코앞에 닥쳤다.
그러나 이 중요한 순간을 한국의 ‘친중(親中)’ 문제가 막아설 수 있다.
왜냐하면 이번 행정명령의 본질은 ‘중국 견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조항에서는 중국의 ‘불공정하고 공격적인 해양산업 지배 시도(PRC’s unfair targeting of maritime)’를 막기위한 조치로서, ‘항만 크레인(Ship-to-shore crane)’에 대한 관세 부과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는 미국 항만 크레인의 약 80%가 ‘상하이전화중공업(ZPMC)’ 社의 물건인 데에 그 이유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ZPMC의 크레인에는 컨테이너의 출처와 목적지를 추적할 수 있는 첨단 센서가 탑재돼 있다. 이는 미국 물류 정보를 중국 기업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종의 ‘백도어(Backdoor)’로서, 美 안보당국의 일부 관리들은 ZPMC 크레인을 ‘트로이 목마’에 비유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특히 ZPMC가 중국교통건설(CCCC)이라는 중국 국영 기업의 자회사라는 점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해양 물류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이번 행정명령의 조항들은 일관되게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를 드러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한국의 ‘친중’ 논란 하에, 미국이 한국과 조선해양 분야의 협력을 이어나가는 데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중국의 정보 유출과 해양 패권 강화를 견제하기 위한 이번 트럼프 정부의 조치에서, ‘친중’ 한국은 어쩌면 일본에 협상 주도권을 ‘또’ 뺏길 지 모른다.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되고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상이 재개돼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절로 굴러들어오는 사업 기회를 다른 국가에 줘버리는 건 다름아닌 한국 사회 스스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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