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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선 2023년 10월7일 촉발된 전쟁 관련해 이른바 ‘카타르 게이트’로 시끄럽다. 하마스에 기습 당해 이날 하루에만 1200명 사망자와 250명 인질을 발생시킨 비극의 책임 공방, 정부 묵인 아래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 명분으로 흘러들어 간 카타르 자금이 이스라엘 파괴에 쓰인 현실을 둘러싼 논란이다. 현지 야권에선 “이스라엘판 햇볕정책의 파탄”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평화 염원과 동포애 차원에서 추진된 모든 게 핵 위협으로 돌아온 대한민국 상황에 비유한 것이다.
하마스 기습 정보를 놓친 이스라엘 정보총국(신베트)의 로렌 바르 국장에게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이 책임을 묻고자 했으나 고등법원은 해임 보류 및 타협안 도출을 8일(현지시간) 명했다.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법원이 이날 11시간 동안 바르 국장 해임효력정지 청원을 심리한 끝에 그의 해임과 후임자 인선을 불허한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내각이 바르 해임에 이견을 가진 검찰총장실과 타협해 20일까지 “창조적 해법을 마련하라” 권고했다.
또 법원은 제시된 시한 내 양측이 합의를 못할 경우 재판부가 최종 판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내각 측은 현행법상 총리에게 신베트 국장 임면권이 있음을 내세웠으며 이번 소송이 바르 국장의 권력 연장을 위한 정치적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원을 제기한 야권과 시민단체에선 바르 국장 해임이야말로 정치적 이유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다. 총리 측근 인사에 대한 신베트의 ‘카타르 게이트’ 수사가 원인이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르당의 탈리 고틀리브 의원과 지지자들이 방청석에서 수차례 고성을 질렀으며, 재판부는 잠시 휴정한 뒤에도 소란이 가라앉지 않자 고틀리브 의원 등 일부 방청객을 퇴장시켰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선 재판관 3명 모두 바르 해임 과정의 절차적 결함, 특히 내각이 해임 의결에 앞서 규정대로 자문위원회와 협의했어야 한다는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의 주장에 재판장이 동조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0일 내각 회의에서 바르 국장 해임안이 만장일치로 의결될 때 네타냐후 총리가 2023년 10.7 사태 이후 바르 국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바르 국장이 가자전쟁 국면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자극할 만한 각료의 행동을 비판하는가 하면, 하마스 기습의 근본적 책임을 내각에 돌리며 네타냐후 총리과 대립각을 드러내 온 게 사실이다. 네타냐후와 바르는 최근 신베트의 ‘카타르 게이트’ 수사를 계기로 완전히 갈라섰다.
내각 결정 이튿날 야당과 시민단체가 바르 해임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고등법원이 해임효력 중지 가처분을 인용했으나 네타냐후는 본안 심리 및 최종 판결이 나기 전에 해임을 강행했다. 네타냐후 총리 보좌관과 카타르 사이에 오갔다고 주장되는 관계를 경찰과 신베트가 조사에 착수한 게 바르 해임의 진짜 이유라고 말하는 측에선 맹비난한다. 하지만 며칠 전 AP통신에 익명의 당국자가 이른바 ‘카타르게이트’를 ‘딥스테이트’(국민에게 선출되거나 선출된 자에게 공식 임명되지 않은 채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세력) 세력이 시작한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체포된 두 보좌관을 “인질”로 표현했다.
카타르가 네타냐후 총리의 미디어 보좌관에 돈을 건넸다는 혐의에서 총리의 직접 연루 증거가 드러나진 않았으나 이 의혹이 반정부 시위를 가열시켰다. 네타냐후가 주요 국가 기관을 훼손하고 국민 생명과 민주주의의 기반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2023년 대법원 권한 억제 시도, 2024년 이래 가자전쟁 수행에 관한 네타냐후와 국방부 및 사법부 간 갈등도 심각하다. 바르 해임과 동시에 일부 정책의 합법성을 놓고 장관들과 거듭 충돌한 네타냐후가 법무장관을 축출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군 조직뿐 아니라 신베트도 10.7 문제를 조사했고 바르 역시 임기 만료 이전 스스로 사임하기로 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현대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하루를 초래한 안보실패 책임을 물어 국가 차원의 독립적 조사를 수립하라는 요구에 네타냐후가 저항하면서 의심을 사게 된 모양새다. 이 조사엔 카타르를 거쳐 하마스로 들어간 자금 관련 흐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와 바르가 격렬한 논쟁을 벌여 온 가운데 카타르 측에선 이 사건 조사를 “중상모략”으로 묘사했다. 카타르는 이슬람 토후국이긴 하지만 수도(도하)를 가자 휴전협상 장소로 제공하는 등 이스라엘과 본래 적대적 관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동시에 하마스 지도자들 편의도 봐주며 심지어 이스라엘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운영을 불허한 알자지라 네트워크의 소유주 및 본거지이기도 해서 이스라엘에겐 미묘한 존재다.
한편 이스라엘의 오라 펠레드 나카시 원조연합(AID Coalition) 대표가 4일 국내 언론 서면 인터뷰에서 카타르게이트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의 유사성을 들어 이들 사안 모두 지도층에 대한 신뢰에 의구심을 심었다고 지적했다. “수백만 달러의 카타르 자금이 주민들 원조 이름을 빌어 가자로 들어가는 것을 이스라엘이 용인했으며 그게 하마스 도발에 사용됐다. 단순한 ‘정책 오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네타냐후 측근들이 카타르 정부로부터 거액을 받아 카타르의 가자지구 지원을 이스라엘 정부가 묵인하게 만든 의혹을 들며 “결국 이 돈이 하마스 테러를 위한 터널 건설과 로켓 발사 등 이스라엘 공격 기반시설 구축에 사용됐다. 총리실 직원들의 이런 행동은 ‘반역’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요즘 현지 대도시에서 ‘카타르게이트 철저 수사’를 외치는 시위가 계속된다며 나카시 대표는 가자지구 공습 재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국내 정치용 전쟁을 다시 시작했다는 의심이 합리적이다. 남겨진 인질들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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