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무소속 대선 출마 후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시나리오가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을 중심으로 온건 보수층 등이 결집할 가능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자신의 SNS에서 “시대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며 한 대행 출마를 촉구했다. 성 의원은 “대한민국은 국내외적 위기다. 혼란을 부드럽고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취임) 첫 날부터 능숙하게 세계 파고에 맞설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한 대행 출마에 거리를 두고 있다. 자당 의원 50여 명이 13일 한 대행 출마 요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자 지도부는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개인 차원의 출마 찬성 목소리가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 출마에 대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4·15일 이틀 간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받고 16일 1차 경선 진출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 대행은 국민의힘 경선 도전 여부에 함구 중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행과 교류해온 국민의힘 의원들에 따르면 한 대행은 국민의힘 경선 불참 의사를 굳혔다. 대신 적절한 시기에 무소속으로 출마 선언을 한 뒤 내달 3일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최종 선출하면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한 대행이 4월 말에 총리직에서 사퇴한 뒤 5월 초에 출마를 선언하고 5월 중순께 단일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사적 이미지인 한 대행은 온건 보수층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글로벌 통상 위기가 닥친 가운데 서울대·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장기간 경제 관료로 근무한 경험은 중도층에게 장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일한 경험과 호남 출신인 점은 민주당 표밭을 잠식할 무기로 꼽힌다. 윤석열정부 국무총리 경력은 윤 전 대통령 지지층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처음으로 이름 올린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한 대행은 유의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갤럽이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 대행 지지율은 2%를 기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지지율이었다.
한 대행이 단일화 투표에서 낙선한다 해도 그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경우 국민의힘은 한 대행 지지층 상당수를 흡수할 수 있다. 때문에 민주당은 한 대행 출사 가능성에 잔뜩 경계하는 분위기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13일 SNS에서 “사퇴 명분 재탄핵을 안달하며 출마 장사에 들어간 벼슬아치의 추한 노욕”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일부도 한 대행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안철수 의원은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선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공정히 선출되도록 열심히 관리하는 게 본인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12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정지 방문 뒤 취재진에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기다리는 마음가짐이 가장 필수적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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